언론-포털 징벌적 손배 포함에 언론계 "반대한다"
2월 임시국회서 처리할듯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악용가능성" "시급한 언론개혁입법 약속 어디갔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미디어관련법안을 내놓았다. 2월 국회에서 국회법 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언론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오히려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단장(의원)은 9일 오전 TF회의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기존 언론도 포함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기존언론과 유튜브, SNS, 1인 미디어가 다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와 함께 노 의원은 실질적으로 뉴스를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며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포털 사이트에도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만드는 입법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는 지난 4일 이번 임시국회 중점 처리 언론개혁입법 6개 법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TF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기사 열람을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의원) △'정정보도를 할 때 보도한 시간과 크기 분량을 동일하게 하도록 하고, 위반시 과태료 부과'를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영호 의원)에 '원보도의 크기에 2분의 1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한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TF가 내놓은 법안엔 △거짓·불법정보를 고의·반복 게시해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액의 3배이하까지 손해배상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 △언론중재위원을 90명에서 120명으로 확대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영주 의원) △포털 댓글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게시판 운영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양기대 의원)을 '댓글만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수정의견 반영 등의 법안이 포함됐다.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출판물'에 신문과 라디오 뿐 아니라 TV 방송 SNS 유튜브도 추가하도록 한 이원욱 의원의 형법 개정안도 중점 법안 중 하나다.
막판에 언론과 포털 포함된 이유
이 중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알려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언론이 포함되느냐를 두고 민주당 내에는 이견이 있었다. 애초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대상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와 불법정보 생산·유통을 하는 '이용자'(제44조의11)이다. 윤 의원은 이 이용자에는 언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윤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 보도는 해당 언론사가 저작권을 갖고 계약관계에 따라 포털 등에 게시하는 것이므로 우선적으로 언론중재법에 규제를 받는다”며 “내가 발의한 법안은 처음부터 허위조작정보를 겨냥한 것이며, 언론이 아닌 유튜브나 카톡이나 SNS 페이스북 등이 허위조작정보의 주범으로 봤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 2월 임시국회 6개 중점법안에는 빠졌다. 그러자 정청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굳이 언론만 빼고 갈 필요가 없다”며 “당연히 언론도 포함시키자”고 썼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민주당은 논의 끝에 9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대상에 언론과 포털까지 포함시키는 원칙을 세웠다. 불과 며칠 새에 적용대상이 오락가락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5일 발의한 이른바 '오보방지법'에서도 비방할 목적의 허위 왜곡 언론보도에 손해액을 초과 배상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과잉규제, 허위는 누가 판단하나, 권력자의 악용 가능성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거짓 정보, 거짓 보도라는 판단을 누가 하느냐가 문제다. 노웅래 의원과 양기대 의원 등은 9일 기자들에게 법원으로 가기 전에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가 허위 유무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권 인사가 다수 배정된 이 같은 기구에서 독립적인 판단이 이뤄지리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가 악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표현을 차단하는 판단을 사법부가 아니라 방통심의위 같은 기관에 맡기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액이 늘어나면 소송비용도 늘어나 약자들이 이용하기 힘든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처장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약자나 피해자 보다 고위공직자나 권력집단이 자신의 비판을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등 형사처벌 제도가 있는데 피해액의 세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지적도 있었다.
약속한 언론개혁입법은 어디갔나
언론계에서는 반대하는 기류가 나타난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영언론사 지배구조 개선, 신문법 개정과 같은 현실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법안이 있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해왔는데도 허위조작정보, 가짜뉴스 퇴치용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다인 것처럼 처리하겠다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민주당이나 대통령의 공약과도 다르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잘못된 정보나 언론기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실효적 구제가 있어야 하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없이 왜 여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언론이 포함되는 것에도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징벌적 손배제가 언론개혁의 전부인양 밀어붙이던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조만간 집행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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