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LG · SK 배터리 전쟁..'3가지' 경우의 수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10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김 기자, 오늘은 소송전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우리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관련해서 지금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 결과가 미국에서 내일 나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단 이 소송이 어떻게 시작된 건지부터 먼저 설명 좀 해주세요.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이 세계적이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그래서 이번 소송 결과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꽤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2019년 4월에 LG가 SK에 대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ITC에 제소했습니다.
LG의 핵심인력 100여 명이 SK로 이직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러면서 이들이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과 특허도 함께 유출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작년 2월에 ITC는 SK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요, 여기에 SK가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재검토 요청을 받아줬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고만 남은 건데 ITC가 그동안 3번이나 이 선고를 연기했고요, 우리나라 시간으로 내일 새벽쯤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김 기자, 궁금한 게 이게 한국기업들 간의 소송이잖아요, 그러면 국내에서도 소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미국에서 소송전이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네, 미국 ITC에는 한국에 없는 소송 과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증거개시절차'라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ITC 판사가 문서 제출을 명령했는데 이걸 따르지 않다가 포렌직을 통해 발견되면 이 자체만으로도 소송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LG는 이 절차를 통해 SK의 기술 유출 정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겠다는 거고, LG는 또 ITC에 SK의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수입하는 걸 금지해달라고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SK가 지금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미국 공장 가동까지 제한을 받게 됩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고소와 소송이 여러 개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LG가 SK를 경찰과 검찰에 산업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아직 이건 수사 결과는 안 나왔고, 반대로 SK는 LG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법에 "ITC에 제기한 소를 취하하라" 이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은 1심에서 SK가 패소했고,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국내외 소송을 진행하면서 두 회사가 쓴 법률 비용만 해도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러면 다시 내일 결과가 나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송 이야기해 볼게요, 그러면 이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뭐예요?
<기자>
네, 여기에서 LG는 SK의 기술 유출 때문에 피해가 크다면서 여기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SK는 통상적인 경력 이직이지, 기술 유출까지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죠.
합의를 위해서 LG 측이 제시한 액수는 수조 원대인데요, SK는 수천억 원 정도만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근에 정세균 총리까지 "두 회사가 한 발씩 물러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고 하루를 남긴 오늘까지도 양측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어서 합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또 정부가 민간 기업의 분쟁에 합의하라고 개입하는 건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 이런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김 기자, 우리 내일 선고 결과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여기서 경우의 수가 한 3가지 정도 있는데요, 우선, 먼저 ITC가 LG의 승소를 확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SK의 배터리와 부품·소재는 미국 수입이 전면 금지되고요. 공장 설립도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세웠고 SK의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2천 개가 넘는 일자리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라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SK와 공급 계약을 맺은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까지 타격을 받게 되는데요, 한국 기업들의 소송에 미국 언론들까지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ITC가 SK의 패소는 인정하면서도 공익적인 부분을 따로 따져보라, 이런 조건을 걸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3번째로는 LG가 최종 승소하고 나서 이 결정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도 있습니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한 회사가 항소하면 재판은 계속 이어지고 배상금 규모에 대해서는 또 다른 법원에서 다퉈야 합니다.
양측 모두 최소 3, 4년은 더 소송 리스크를 떠안고 가야 하는 셈인데요, 우선 내일 ITC 결정을 지켜본 뒤에 소송전과 합의 중에 어떤 게 더 유리한지 두 회가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혜민 기자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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