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부실수사' 3차 신고 경찰관 5명 중징계
양부모 학대 끝에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경찰관 5명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8일 정인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세 번째 받고 출동한 경찰관 5명(수사팀3명, 아동학대전담경찰관 2명)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이들을 중징계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경찰관 모두 정직 3개월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징계 수위는 견책·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 순으로 무겁다. 중징계로 분류되는 정직은 1~3개월 부여할 수 있는데, 경찰이 정직 중에서도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린 것이다.
1,2차 신고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7명은 지난해 12월 주의·경고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 6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다. 1차 신고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했다. 정인이 허벅지와 배 부분의 다수 멍을 본 선생님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의사의 소견을 직접 수사하지 않고, 몽고반점 및 아토피로 인한 상흔으로만 추정·판단해 사건을 내사종결 했다.
2차 신고는 정인이가 홀로 차 안에 방치돼 있는 것을 목격한 지인의 신고였다. 경찰은 6주간 수사해, 정인이의 쇄골 주위에 실금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정인이를 진료한 의사가 “쇄골 골절을 학대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진술 한 것이 경찰 불기소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3차 신고는 소아과 의사가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정인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안좋다’며 병원에 데려온 것을 보고 의사가 신고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정인이 양부모는 신고를 받고 찾아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팀에 눈물까지 흘리며 “얼마 전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데, 입안에 상처가 있었다”며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항변했다.
아보전은 정인이 양부와 함께 소아과를 재방문 했지만 의사는 입안의 상처를 ‘단순 구내염’으로 판단해, 아보전은 학대 소견을 듣지 못했다. 경찰은 아보전이 수사 의뢰를 안 했다며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 결국, 정인이는 경찰 수사가 종결된지 보름만인 10월 13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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