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DD 소장 선정 2차 파행..靑 결정도 거스르나

김태훈 기자 2021. 2. 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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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의 메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책임자인 소장의 선정을 놓고 또 파행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차 파행은 강은호 전 방사청 차장(현재 방사청장)이 ADD 소장에 도전했던 작년 10월 말~12월 말의 황당한 사건입니다. 국방부, 방사청, ADD가 들썩였고, 방산업계와 각군이 술렁였습니다. 정리가 되고 순리대로 가는가 싶었는데 지난주부터 2차 파행이 시작됐습니다. 1차 파행 못지않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차 파행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29일 강 전 차장이 자진해서 방사청에 사표를 던졌고, "ADD 소장으로 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11월 2일 ADD 소장 모집공고가 떴는데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공교롭게도 응모자격에 돌연 '방사청 고위공무원급'이 추가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방사청 고위공무원급' 강 전 차장은 ADD 소장에 지원했습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비등했습니다. 그런데도 인사혁신처는 '5년 간 직무 연관성 심사' 규정을 무시한 채 1년 반 기간만 심사하려다 들통났습니다. 강 전 차장은 논란 끝에 ADD 소장에 임명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방사청장으로 기사회생했습니다.

2차 파행은 강 전 차장이 ADD 소장직을 포기한 뒤 진행되고 있는 공모 절차입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과 인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후보자에 대한 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모 절차가 마무리된 셈인데 어떤 힘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와 군, ADD 고위 관계자들 여럿이 지난달 말부터 재공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적격자가 나왔는데도 모두 없던 일로 하고 공모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것입니다. 전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재공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고위직들은 있는데, 재공모를 추진하는 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모르쇠입니다. 재공모는 인사검증과 인사위원회 판정이라는 청와대의 결정을 거스르는 작지 않은 일인데도 영 불투명하고 수상합니다.

ADD 핵심 관계자는 1차 파행을 관찰하고 "ADD 소장에 반드시 특정인을 시켜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관측이 국방부와 ADD, 방산업계에서 파다했습니다. 2차 재공모 추진 파행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 靑 결정 뒤집고 재공모 추진

재공모, 할 수도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 모집할 때 종종 재 공모합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공모 결과, 적격자가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적격자가 나왔는데도 은근슬쩍 재 공모한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지난주 초 ADD 차기 소장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했다", "적격 판정을 받은 이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당 관계자도 "지난주까지 검증과 심사가 모두 잘 끝났다"라고 확인했습니다. 청와대가 ADD 차기 소장을 선정했고 임명만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1차 파행 탓에 ADD 소장을 고르는 데 유례없이 100일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의사결정을 했다는 지난주부터 ADD 소장 재공모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국방부의 핵심 관계자는 "재 공모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맞다"라고 인정했습니다. ADD 연구원들은 "재 공모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ADD가 뒤숭숭하다", "한 달 여 만에 또 낙하산 홍역을 치러야 하나"라고 토로했습니다.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적격 결정을 하자마자 어떤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재공모를 밀어붙이는 모양새입니다. ADD 소장 인사라면 청와대 안보실 정도가 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안보실에서 재공모를 추진하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안보실은 인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관련 부서에 문의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안보실은 재공모를 고려하지 않았나"라고 좀 달리 물었더니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여운은 짙었습니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말한 관련 부서는 국방부입니다. 국방부가 스스로 재공모를 준비한다? 국방부가 청와대 인사위의 결정을 거역하고 독단적으로 재공모를 한다는 것은 사실 상상이 잘 안됩니다.

● 누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ADD 소장 재공모는 실체가 있습니다. 재공모는 청와대의 결정을 뒤집는 것입니다. 청와대 안보실은 짐짓 선을 그었습니다. 재공모가 정당하다면 재공모를 추진하는 쪽은 그 이유를 밝히면 그만입니다. 아무도 "여기서 재공모 추진한다"라고 말 못 하는 것을 보면 이번 재공모는 정당함과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짚이는 데가 있습니다. 재공모를 시도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름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재공모를 통해 ADD 낙하산 소장이라는 은혜를 입을 자의 이름도 들립니다. 연관된 특정 방산업체도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ADD 소장 공모가 이렇게 지저분하고 말이 많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ADD 소장에 반드시 특정인을 시켜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는 ADD 핵심 관계자의 1차 파행 관찰 후 진술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세력이 자신들을 위해 복무할 심부름꾼을 찾았고 그를 ADD 소장에 앉히기 위해 석 달만에 나온 청와대 결정을 감히 뒤집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한국 국방과학의 본산 ADD에 어떻게든 낙하산을 내려 보내려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ADD 소장 재공모 추진을 전후해 모종의 작업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후의 꼬리도 살짝 엿보입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진상이 드러날 것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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