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 학대 사망 여아 할머니 "너무 미안해요. 지켜주지 못했어요"[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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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에게 너무 미안해요. 할머니가 돼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요. 다음 생애에는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세상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 밖에 바라는 것 없어요."
지난 9일 오후 11시께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A양의 할머니는 학대로 인해 사망한 손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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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 할머니 "다음 생애, 좋은 부모 만나길" 끝내 눈물
언니 부부에 딸 맡긴 친모 이름은 유족 명단에서 빠져
[헤럴드경제(용인)=김지헌 기자] “손녀에게 너무 미안해요. 할머니가 돼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요. 다음 생애에는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세상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 밖에 바라는 것 없어요.”
지난 9일 오후 11시께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A양의 할머니는 학대로 인해 사망한 손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A양은 지난 8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와 이모부의 학대로 사망한, 올해 우리 나이로 열 살 된 초등학생이다. A양의 할머니는 “그래도 엄마니까 아이와 같이 있어 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8일)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믿기지 않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A양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침울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반가움을 표하기도 바쁠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A양의 친부와 유가족들은 생각지도 못한 황망한 소식에 말을 못 잇는 모습이었다.
빈소에는 A양과 비슷한 또래의 오빠와 친부가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밤늦은 시간에 유가족과 조문하러 온 사람들 약 20명이 있었다. A양의 친부는 기자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빈소 조문객 중 한 명은 “지난해 3월에 한 번 아이를 봤다. 밝고 활발했던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A양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안타까워했다.
빈소 앞 유족 명단에는 A양의 친부·친오빠·할아버지·할머니만 이름을 올렸다. 딸을 이모·이모부에게 맡긴 친모의 이름은 제외됐다. A양의 친부와 친모는 과거 이혼을 했고, 최근 A양을 데리고 있던 친모가 자신의 언니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부터 이모인 B씨 부부의 집에서 생활해 왔다. B씨의 동생인 A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A양을 돌보기 어려워 B씨 부부에게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B씨 부부 집에 오기 전 용인의 다른 지역에서 친모와 살았으며,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A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모두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양을 최근 3개월간 맡아 키운 B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고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B씨 부부는 그러던 중 A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지난 8일 낮 12시35분으로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해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B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10일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혐의를 살인죄로 바꾸는 것도 검토중이다.
경기용인아보전도 경찰과 합동으로 조사에 나서고 있다. 용인아보전 관계자는 “사망한 A양의 경우, 사고 전 아보전에 신고된 적이 없었다”며 “경찰의 요청에 맞춰 살인 부모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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