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집에서 찰떡 사랑..평양냉면 인절미를 아시나요?
당일 배송, 전국 택배 가능
인절미도 여러 가지, 쑥떡도 희한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떡이 무엇일까? ‘서울 3대 떡집’ 혹은 ‘전국 유명 떡’ 등 목록마다 꼽히는 떡집이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해도, 어떤 목록에도 ‘인절미 맛집’은 빠지지 않는다. 노란 콩고물 인절미는 기본이다. 새카만 흑임자고물인절미가 있는가 하면, 거피팥 고물을 찰떡 표면에 두툼하게 붙인 이북식 인절미도 있다. 모양새가 투박해도 계속 끌리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서울 경기권 당일배송이나 전국 택배가 가능한 떡 맛집을 골라서 구매해 먹어보았다.
‘도담떡’, 평양냉면이 떠오르는 이북식 인절미
만드는 이의 손가락 자국이 진하게 찍힌 ‘도담떡’의 이북식 인절미는 제법 큼지막하다. 수수한 첫입은 예전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가 떠오른다. 고물의 단맛은 거피팥의 구수함을 받쳐줄 만큼 옅다. 팥알은 형체가 남아있도록 적당히 으깼고, 찰떡 안에 드문드문 섞인 노란 차조 알갱이가 톡톡 씹히면서 식감을 더한다. 여기저기서 찰떡을 사 먹다 보면 종종 삼키기 버거운 떡을 만난다. 그런 떡은 입안에서 물컹하게 퍼지고 애써 꿀꺽 삼키지 않으면 영원히 입안을 돌아다닐 것 같은 질감이다. ‘도담떡’의 떡은 찹쌀을 돌절구에 찧어서 씹다 보면 어느새 술술 넘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전자레인지에 15초 정도 돌려 온기가 돌면 훨씬 맛이 좋다. (도담떡 02-523-8886·010-4077-1651/퍼밀·띵굴마켓 누리집 등에서 인터넷 주문 가능/16개 한 박스 2만원)
‘경기떡집’ 이티떡의 반전 매력
‘경기떡집’은 최길선씨가 창업주다. 이 집이 유명세를 탄 계기는 아들 대한씨가 2011년 스물다섯 나이에 떡명장대회에서 수상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매장에 들렀는데 이티떡은 판매대에 놓자마자 손님들이 집어가는 인기 떡이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찰떡 양면에 거피팥 고물을 붙인 떡 모양새가 영화 <이티>의 못생긴 외계인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웬걸? 맛은 섬세하다. 촉촉한 고물만 떼서 입에 넣으니 혀에서 사르르 풀어진다. 쫀득한 떡은 소금간이 딱 맞춤이라서 달콤한 고물의 풍미를 더 잘 드러낸다. 이티떡은 흰이티, 쑥이티, 수수이티 세 종류다. 무슨 떡이든 흰떡보다 쑥떡을 선호하는 쪽이었는데, 경기떡집 흰떡의 풍미에 반했다. 밥과는 다른 떡의 쌀 맛을 끌어내는 열쇠가 소금 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을 잘하는 떡집은 절편이 맛있으니 다음엔 절편을 노려보련다. (경기떡집 kricecake.com/서울·인천·경기도 등 당일 배송 가능 지역에 한해 퀵 배송/이티떡 10개 1만8000원)
‘압구정공주떡’의 흑임자인절미 먹고 스마일
‘도수향’, ‘경기떡집’과 함께 ‘서울 3대 떡집’ 명단에 자주 오르는 ‘압구정공주떡’. “공주님~”할 때 그 ‘공주’가 아니라 충남 지역 ‘공주’가 상호다. 1965년 대전에서 창업한 박옥분씨의 ‘공주떡집’ 서울 분점으로, 큰딸 배미숙씨가 차린 가게인데, 어느새 어머니 가게보다 유명해질 정도로 성장했다. 일등공신은 흑임자인절미. 촉촉하고 달콤한 흑임자 고물은 껄끄러움 없이 곱게 갈렸고 깍두기 모양으로 썰린 떡은 한입에 툭 털어 넣기 좋은 크기다. 더구나 까만 고물이 잇새에 낀 꼴을 보면 웃음이 터져 기분도 좋아진다. 달콤한 흑임자 고물을 먹고 커피로 입가심하면 캐러멜 풍미도 느껴진다. (압구정공주떡 02-516-3643/직접배송과 택배 배송 선택에 따라 배송비 차이가 있어서 전화상담 주문만 가능/ 1㎏짜리 박스 4개부터 주문 가능·한 박스는 1만5000원)
‘좋은날좋은떡’·‘궁중영의정’의 ‘영의정 인절미’의 시작
파주 ‘영의정 인절미’는 ‘압구정공주떡’ 흑임자인절미와 함께 지역 단위 육아카페 회원들의 공구템으로 유명하다. ‘영의정 인절미’라고 불리는 인절미의 양대 산맥인 ‘좋은날좋은떡’과 ‘궁중영의정’ 두 곳의 맛 차이는 크지 않다. ‘영의정 인절미’이라 불린 떡을 처음 팔기 시작한 ‘좋은날좋은떡’은 매장판매만 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택배 거래를 시작했다. ‘영의정 인절미’의 미덕은 푸짐한 양에 있다. 한 박스당 1만1000원에 떡 42개가 담겼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게 묵직하다. 떡 하나를 집어 들면 넉넉하게 붙은 콩고물이 뚝뚝 떨어진다. 떡 속은 달콤한 동부콩과 팥 앙금으로 채웠다. 고물과 떡, 소 각각을 따져보면 특출할 것 없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은 덕에 먹는 마음도 푸근하게 풀린다. ‘영의정 인절미’란 이름이 붙은 데엔 전설이라도 있는 걸까. 떡 포장용 박스 제작 업체 이름이 영의정이었단다. 떡 사다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박스에 적힌 ‘영의정’이 떡 상표처럼 퍼진 것이다. (좋은날좋은떡 010-5729-5568/궁중영의정 010-3896-8149/받는 사람 이름·주소·연락처·수량을 문자로 보내면 택배요금 포함 금액을 알려줌)
쑥떡, 그리고 민트초코인절미?
해마다 2월이면 남쪽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 나온다. 야생 쑥이 쇠기 전에 연한 잎을 따다 저장하고 떡으로 만들면 쑥 가루 떡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더해 시판 콩가루 대신 국산 콩으로 달지 않은 고물을 손수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남해 중현떡집’과 ‘이동복떡집’이 있다. 기본 콩고물 외에 유자 잎을 섞었다는 고물이 궁금해서 ‘이동복떡집’에 떡을 주문했다. 먹기 전에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주먹 크기의 찰떡을 고물에 한 번 굴린 후 잘라 콩고물에 한 번 더 굴려 먹는다. 유자 잎 고물은 씁쓸한 향기가 나는데 자꾸 떠오르는 풍미다. (이동복떡집 네이버스토어 smartstore.naver.com/kangs_cake/최소 주문 1.8㎏당 2만원·유자 잎 고물 6000원.)
쑥과 밥알이 드문드문 보이는 ‘백년화편’의 ‘밥알찹쌀떡’은 은은한 단맛의 팥 앙금과 고소한 호두 조각이 섞여서 입이 지루할 틈이 없다. 크지 않은데, 제법 속이 든든해진다. 호두만 캘리포니아산이고 모두 국내산이라고 한다. 매일 북한산에 오르는 아버지가 주머니에 하나씩 챙겨 가시면 좋겠다 싶어서 한 박스를 더 주문해 기별 않고 집에 보냈다. 아버지도 암말 없이 카톡으로 떡 사진을 보내셨다. 덤덤한 부녀지간, 떡이 말을 대신한다. (백년화편 100yearshop.co.kr/32개 3만2000원)
최근 식품업계 화제로 ‘민트초코’ 붐과 ‘할매 입맛’이 있다. 과거 할머니가 즐겨 먹었던 쑥, 흑임자, 콩가루, 검은콩, 미숫가루 맛이 급부상하면서 ‘할매’ 입맛인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켜 ‘할매니얼’이라 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밀레니얼보다 할매에 더 가까운 나이에 누구 못지않게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터라, 찰떡 속에 온갖 것을 넣은 유행을 ‘이런 경을 칠!’이라 중얼거려왔다. ‘힙한 떡’ 트렌드를 이끄는 이 중에 일명 ‘아우어인절미’가 있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배드파머스 등을 성공시킨 시엔피(CNP)푸드의 김형순 셰프가 만든 브랜드다. 떡 소개 마무리로 가장 난해해 보이는 ‘민트초코 인절미’에 도전했다. 냉동 떡을 반쯤 녹여 입안에서 굴렸는데 입안이 상쾌한 것이 스피어민트 느낌이 났다. 제법이다. 할매 탈출인가?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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