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반도체 수급 자칠..정부, 대만과 협력해 물량 확보 나서야"

KAMA "국내 자동차업계, 당장 생산 차질 없지만 장기화 대비해야"
"국내 위탁생산 업체를 통한 생산 역량 확보 필요"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차량용반도체 수급차질 확대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계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해외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차량용반도체 수급차질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TSMC가 글로벌 공급의 70%를 점유하는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의 공급 지연이 확산되면서 폭스바겐·토요타·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이나 생산량 하향 조정이 확대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고, 안전 확보 필요성으로 긴 수명 동안 가혹한 온도·습도·충격 조건에서 높은 신뢰성 및 안전성을 요구하는 품목이다. 이런 특성으로 결함 발생, 안전사고, 리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신규업체의 진입은 쉽지 않아 단기간 공급량 확대가 어렵다.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중국 5만대 감산을 포함한 총 10만대 감산을 예상하고 있다. 아우디는 1만여명 이상 휴직 등 생산 차질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요타의 경우, 중국, 미국, 일본 공장에서 생산량을 일시 조절 중이고, GM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 한국의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 차질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 포드, 르노, FCA, 혼다, 닛산 등도 일시 생산 중단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1월 승용차 판매량은 3.7% 감소했는데 재고량은 전년 동월 대비 20.2% 감소한 277만대 기록했다.

보고서는 MCU의 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이 26주~38주임을 고려하면 3분기까지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현대·기아는 협력사가 재고를 미리 확보해 당장 생산 차질 문제는 없지만, 한국GM은 1월 중 특근 취소를 시작으로 2월 부평 2공장 생산량 감축 등 차량용반도체 공급부족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 차원에서 장기공급 관리, 쌍용은 생산물량 감소 등으로 단기간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업계의 공급 차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국(대만 TSMC)에 차량용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 단기 물량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국무부에서 대만 경제부에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했고, 독일은 경제부 장관 서한을 통해 대만 경제부에 TSMC 차량용반도체 증산을 요청했다. 일본도 외교부를 통해 대만 정부에 차량용반도체 증산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또 차량용반도체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대체 생산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 차량용반도체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주력 생산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신규투자 인센티브,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장기적인 방향으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파운드리-자동차 업계간 협력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해외 의존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용반도체 공급 차질은 우리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으론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d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