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트럼프 탄핵 심판 돌입.. 일단 "퇴임 대통령 심판 합헌"

권경성 2021. 2. 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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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폭력 난무' 의회 난입 영상부터 공개
바이든·트럼프 '짐짓 무관심'.. 결과엔 촉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2차 탄핵 심판이 시작된 9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상원 본회의장에서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입했다. 일단 퇴임 대통령 탄핵 심판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감정에 호소한다는 전략대로 폭력이 난무하는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영상물부터 공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짐짓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 상원은 탄핵 심판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헌법에 합치하는지에 대한 표결부터 했고, 표결 결과는 합헌이었다. 찬성 56표, 반대 44표가 나왔다. 퇴임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된다는 하원 탄핵소추위원단과 그럴 수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4시간에 걸쳐 공방을 벌인 결과다.

이어질 본격 심리에서는 양측에 16시간씩 변론 기회가 주어진다. 탄핵 여부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표결에서 결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선동 혐의다.

상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심판은 민주당 소속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장 제이미 라스킨 의원이 단상에서 튼 13분 길이 영상물로 시작됐다. 지난달 6일 의회 난입 사태를 시간순으로 편집한 동영상의 맨 앞에는 ‘의회로 가자’고 독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이 담겼다. 물러서는 경찰에게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의 모습도 고스란히 들어갔다.

13분 동안 상원 본회의장이 영상에 포함된 고함과 욕설로 가득찼고, 충격적 이미지는 NBC, CNN 등 각 방송사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영상은 난입 사태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40여명의 경찰이 다쳤다는 자막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트윗 문구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라’로 마무리됐다. 라스킨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걸 해서 하원에서 탄핵 소추된 것”이라며 “이게 탄핵감이 아니라면 탄핵감인 사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동영상 상영은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주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민주당 탄핵소추위원들이 감정적 충격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의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역시 공화당 상원의원 대부분이 이미 ‘트럼프 무죄’라는 결론을 내린 채 탄핵 심판에 임하는 상황에서 ‘가시방석’을 만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호소하려는 게 민주당 의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이탈해야 하는데 승산이 작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때문에 가급적 빨리 탄핵 심판을 정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어젠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안 통과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재계 지도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 구제책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작된 탄핵 심판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및 재계 인사들과 백악관에서 면담하며 코로나19 경기부양안 필요성 역설에 주력했다. 그는 심판을 볼 거냐는 질문에 “안 본다”고 했다. 이어 “전에 말했듯이 나는 할 일이 있다. 45만여명이 (코로나19로) 이미 목숨을 잃었고 대담하게, 빨리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상원은 상원의 일이 있고 그들은 잘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상원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의견을 밝히지도,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 심판 대상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조용했다. 심판 진행 중에는 침묵을 지키다 무죄 판결이 나온 뒤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기를 든 공화당 내 인사들에 대한 응징에도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둘 모두 심판이 가져올 정치적 파급 효과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무관심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일반적 해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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