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김일성의 나라 북한,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할 수 있을까? ③
지난 글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김일성의 나라 북한,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할 수 있을까? ②에서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선택할 수 있는 개혁 개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 개방이 자신과 백두혈통의 권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개혁 개방의 최대치가 어느 선일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194407 ]
● 북한 개혁의 최대치는
북한 개혁의 최대치는 김정은 총비서의 절대권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총비서의 개혁은 주로 경제 부문과 일부 사회 부문에 행해질 수 있지만 정치 부문까지 확대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 부문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개혁이 추진됐습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나 포전담당책임제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자본주의적 인센티브 제도를 받아들이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기업들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생산과 관리 책임을 다하게 하는 제도. 국가가 지시하는 과제만 수행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인 제도이다.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일한 만큼 분배한다.>
<포전담당책임제: 북한 협동농장에서 10∽15명의 분조는 생산과 분배의 최소 단위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위로 일하게 되면 그 안에서 혼자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포전담당책임제를 통해 1인 내지 2∽4명의 소수가 특정 경작지의 생산을 담당하고 결과에 따라 분배도 받도록 했다. 생산 단위가 소규모로 줄어들면서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생산이 이뤄지게 됐고, 열심히 일한 만큼 얻어가는 것이 늘어나면서 생산 의욕이 높아지게 됐다.>
모란봉악단 공연에 등장한 미키마우스와 전반적으로 산뜻해진 평양 주민의 복장에서 보듯 사회 부문에서의 변화도 계속 시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당내 민주주의 등 정치 부문으로까지 확대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권력에 대한 견제나 비판을 허용하는 정치 개혁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에서 가능했던 지속적인 개혁 개방으로의 동력을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창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 북한 개방의 최대치는
김정은 총비서가 선택할 수 있는 개방의 최대치는 제한적인 지역 개방일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과 같이 특정지역을 북한의 다른 지역과 격리해 외부에 개방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개성이나 나선, 황금평-위화도, 신의주 같은 경제특구 외에, 은정첨단기술개발구와 청진경제개발구 같은 22개의 경제개발구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원산갈마관광지구나 양덕온천지구 같은 관광지역에 대한 개방도 추진 중입니다.
지금은 유엔 제재와 코로나19로 유명무실한 상태지만 이 지역에 대한 개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개성공단처럼 외부 유인물이나 외부와의 통신을 엄격히 금지하거나 해당 지역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등 외부정보 유입을 막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정보 유입은 김 씨 일가의 왕조적 독재체제를 유지하는데 큰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 개혁 개방 위해서는 독재의 수준을 낮춰야
김정은 총비서가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외부와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독재의 수준을 낮춰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유신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처럼 독재를 하더라도 외부세계와 완전히 문을 닫아걸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수준의 독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김일성 일가에 대한 극단적인 우상화는 포기해야 합니다. 김일성 일가가 신의 위치에서 인간의 위치로 내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체제에서 누리고 있는 절대적인 기득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제한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는 등 과거와 같은 맹목적인 우상화, 신격화로부터 탈피하려는 모습을 일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절대적인 기득권을 상당 부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경제 부문에 대한 개혁과 제한된 지역에 대한 개방 등 일부 변화를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적극적인 개혁 개방은 하지 못할 것이며 북한 체제의 경직성 또한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조선중앙TV, 연합뉴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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