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삭제'로 뚫었던 원전 수사, '직권남용'에 막혔다..검찰, '영장 재청구'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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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 중이다.
감사원 감사 직전 500개 이상의 자료 파일을 삭제한 혐의로 활로를 열었던 수사가 직권남용 혐의에서 막히면서 검찰로서는 백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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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적용한 백운규 신병확보 실패
'한수원 아닌 회계법인이 보고서 작성' 논리 극복 관건
김은경 장관 영장 기각됐던 환경부 사건은 1심 실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 중이다. 감사원 감사 직전 500개 이상의 자료 파일을 삭제한 혐의로 활로를 열었던 수사가 직권남용 혐의에서 막히면서 검찰로서는 백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 중이다. 백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산업부와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이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수사가 쉽지 않다. 반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안은 또다시 기각될 경우 여권의 ‘무리한 수사’ 반발로 사실상 수사 동력을 상실할 위험 부담이 따른다.
당초 국장급 인사가 포함된 산업부 실무진 2명을 구속한 검찰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삭제했다는 혐의로 수사 활로를 열었다. 적용 혐의는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이었다. 감사원법상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징역 1년 이하의 벌금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였다.
결과를 놓고 보면 영장심사에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백 전 장관 측 변론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실무진이 구속됐는데도 불구하고 영장 기각 사유에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이미 구속된 피의자들은 ‘참고인’으로 적혔다. 사실상 자료 삭제와 평가서를 왜곡하라고 지시한 직권남용은 별개라는 판단이다.
영장심에서 백 전 장관 변호인은 지시를 받은 상대방이 한국수력원자력인데, 실제 평가서를 왜곡한 주체는 회계법인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원전국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낮추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경제성 보고서 작성 주체는 한수원이 아니라 삼덕회계법인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9일 실형이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 청와대가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임원들을 상대로 사표를 받아낸 점을 수사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었고, 결국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하지는 못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도다. 김 전 장관 사건은 지시를 받은 공공기관이 곧 실행을 했지만, 백 전 장관 사안은 한수원이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제성 평가 용역을 담당한 게 회계법인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의사전달 연결고리를 규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영장 재청구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현직 검사장은 “김 전 장관도 영장이 기각됐지만 결국은 법정구속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원전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을 유임했다. 다만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되는 중간간부 인사에서 수사팀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여권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백 전 장관 영장 기각 이후 “수사 시점으로 보나 배경으로 보나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무리한 정치 수사였다”고 규정하고 “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은 원전 안전 정책에 대한 정치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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