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에게 이모 부부는 '악마'였다.. 파리채로 때리고 물고문까지

경찰, 10세 조카 폭행하고 욕조물 담가 숨지게 한 이모 부부 구속영장 신청

본 기사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이모 집에 맡겨졌던 10세 여자아이가 이모와 이모부의 모진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모 부부는 조카를 마구 때리고 욕조 물에 담그는 일을 반복하는 ‘물고문’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일으켰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9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아동학대치사)로 숨진 A(10)양의 이모 B씨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8일 오후 12시35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이모부 C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심정지 상태였던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A양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A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B씨 부부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양은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B씨 부부의 집에 맡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동생인 A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 이유로 A양을 돌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A양은 이모 집에 오기 전까진 용인 다른 지역에서 친부모와 살았고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 이모 부부인 B씨와 C씨는 “아이를 몇 번 때린 적은 있다”고만 했지만, A양의 사망 경위를 캐묻는 경찰에 결국 ‘물고문’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이의 사망 당일인 8일 오전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 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인정했다.

B씨 부부가 ‘이틀 전부터 때렸다’고 한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MBN에 따르면 이들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아이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일주일 전에도 들렸다’고 말했다.

학대 사망사건 발생 후 폴리스라인이 드리워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입구. 연합뉴스

 
A양의 시신을 살펴본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생긴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A양의 시신에서는 주로 익사한 경우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물고문과 그 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A양의 시신 곳곳에서 발견된 수많은 멍 자국과 상처는 아이가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려왔음을 짐작케 한다. 경찰은 B씨 부부의 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파리채와 빗자루 등이 범행도구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양의 팔 부위에서 무엇인가에 묶였던 흔적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세한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B씨와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구속 여부는 10일 오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혐의가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B씨 부부에게는 자녀 2명이 있지만 현재 같이 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B씨 부부가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