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리포트] 코로나의 핵심, RNA는 무엇일까

기초과학연구원(IBS) 심시보, 권예슬 2021. 2.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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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이중 일부 유전정보가 RNA에 전달돼 단백질을 만든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BS 과학자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최전선의 지식과 정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마다 RNA가 등장한다. IBS가 발행하는 ‘코로나19 과학 리포트’에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를 유전자로 지닌 RNA 바이러스라는 설명이 있다. 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백신도 mRNA백신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RNA는 어떤 물질이며, 생명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단백질 생산의 주역, 메신저RNA

RNA(리보핵산, ribonucleic acid)는 DNA(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와 함께 대표적 유전물질이다. DNA와 RNA는 당, 인산, 염기로 이루어진 핵산이다. 디옥시리보오스라는 당을 지니면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오스라는 당을 지니면 리보핵산, 다시 말해 RNA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생명의 설계도다. 스스로 복제하는 능력 덕에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다. 또 DNA는 설계도 원본 중 필요한 유전정보(유전정보는 염기서열 형태로 저장‧복제‧전달된다)를 RNA에 전달할 수 있다.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가 합성되는 이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 한다.

RNA는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생산한다. 리보솜은 단백질이 생산되는 곳이라는 의미로 ‘단백질 공장’이라 불린다. RNA의 정보는 필요한 아미노산을 소환하며, 아미노산 조합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 한다. DNA 정보를 RNA로 옮기고(전사), 단백질 생산(번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생명과학자들은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 부른다.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이다. 이렇게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RNA를 전령RNA 또는 mRNA(메신저RNA)라 한다. 일반적으로 RNA라고 하면 mRNA를 의미한다.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 왜 중요할까. 단백질은 우리의 유전정보를 실제 발현시키는 물질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자 생리현상과 행동을 좌우하는 호르몬을 생성하며, 몸 속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효소도 된다. 조절‧면역‧대사‧운동 등 생명체의 모든 특성을 결정한다. 결국 센트럴 도그마에 따른 유전정보의 흐름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몸 속 반응을 결정짓는 것이다.

센트럴 도그마를 따르지 않고 RNA에서 DNA로 거꾸로 유전정보가 진행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바이러스인 HIV 같은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입한 뒤, 자신의 유전자인 RNA를 주형으로 DNA를 만들어낸다. 센트럴 도그마와 달리 전사의 방향이 거꾸로 진행된 다는 뜻에서 ‘역전사’라 한다.

◇우리 몸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활용하는 mRNA 백신

m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유전자는 3만~3만5000개 정도로 추정된다. mRNA는 리보솜이라는 세포 내 구조물에 붙어서 전달RNA(tRNA)의 도움을 받아 단백질을 생산한다.

mRNA에는 정확히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암호화된 정보가 담겨 있다. 암호화 방식은 3개의 염기를 배열한 것이다. 염기 3개와 그 배열(코돈)은 하나의 아미노산(단백질을 구성하는 단위 물질)을 지칭한다. 이 암호에 따라 지정된 아미노산이 서로 연결되면 비로소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요컨대 코돈은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기호화된 정보인 셈이다. mRNA 백신은 우리 몸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활용한다. 단백질 생산 정보를 몸속에 주입해 바이러스 조각을 만들어내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염기 세 개가 모여서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데, 이 염기 세트를 코돈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별표 표시(*)가 있는 부분은 종결 코돈(Stop codon)이다. UAG나 UAA, UGA의 염기조합은 특정한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고 단백질 합성 과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로 기능한다./IBS

◇‘부캐’가 많은 생명의 조절자

mRNA 이외에도 RNA의 종류는 많으며, DNA와 비교하면 역할이 매우 다양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캐’가 많은 셈이다. 전달RNA(tRNA, t는 Transfer의 약자), 리보솜RNA(rRNA, r은 ribosom의 약자), 마이크로RNA(miRNA, mi는 micro의 줄임말, miRNA를 mRNA와 혼동하지 말자) 등이 대표적이다. 단백질 생산용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으로 논코딩(Non-Coding) RNA로 통칭한다.

mRNA처럼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RNA는 어떤 역할을 할까. 과거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여긴 적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1990년대 예쁜꼬마선충의 성장을 조절하는 중요한 유전자가 작은 논코딩 RNA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NA가 정보 전달 매개체에 그치지 않고, 생명현상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발견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RNA는 일반적인 RNA에 비해 매우 작다는 의미에서 마이크로RNA(miRN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DNA의 정보를 바탕으로 RNA가 합성(전사)된다. 이후 RNA는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만든다(번역). 이 과정에는 다양한 종류의 RNA가 참여한다./IBS

mRNA가 평균 1000개 이상의 염기로 이뤄져 있는데 비해 마이크로RNA의 염기는 22개 수준이다. 아주 작은 조각이지만 생체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 있는 단백질이 생산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 RNA에 달라붙어 복제를 방해하기도 한다. 마치 경찰처럼 범법자들이 활개치지 않도록 차단한다. 특정 종류의 마이크로RNA가 없을 때 암 세포가 더 늘어나기도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김빛내리 RNA 연구단장이 마이크로RNA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다.

리보솜RNA(rRNA)는 몇몇 단백질과 함께 세포 내에 리보솜을 구성한다. 리보솜RNA는 리보솜 안에 자리 잡고, 단백질 합성 과정의 핵심인 아미노산 연결 반응이 원활히 일어나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생체 내에서 화학반응의 촉매 작용은 효소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담당한다. 그러나 리보솜RNA는 스스로 효소로서 기능을 갖췄다는 특징이 있다. RNA가 효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과학적 발견이다.

전달RNA(tRNA)는 73~93개의 염기로 구성된 작은 RNA로 운반RNA 라고도 불린다. mRNA의 정보(코돈)에 따라 지정하는 아미노산을 리보솜으로 운반해오기 때문이다. 즉, mRNA가 DNA에서 필요한 설계 정보를 복사해오고, tRNA가 이 정보에 따라 부품(아미노산)들을 선별해 공장(리보솜)의 생산라인에 공급하면, 단백질이라는 완성품이 제작된다.

다양한 RNA의 종류./IBS

RNA의 다양한 능력은 ‘생명현상의 조절자’라고 요약할 수 있다. 현재 DNA와 단백질이 담당하는 기능이 RNA에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이 되는 지구 역사상 첫 유전물질이 DNA보다 RNA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생명현상 유지에 필요한 유전과 효소 기능의 대부분을 DNA와 단백질에 넘기고 RNA는 조절 작용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백신 ‘초고속 개발’을 가능케 한 60년의 기초연구

이번 개발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에는 ‘초고속 개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개발에 착수한지 불과 11개월 만에 사용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전례 없는 빠른 속도다. 하지만 초고속 백신 개발은 긴 시간 축적된 기초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mRNA는 1961년 학계에 처음 등장했다. DNA의 단백질 생성 메커니즘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단백질 핵심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후 mRNA의 의학적 응용을 위한 탐구가 시작됐다. 1976년, 헝가리의 한 박사과정 학생이 mRNA를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인물이 바로 카탈린 카리코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역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세포에서 mRNA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인공적으로 mRNA를 합성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1980년대 DNA 특정 부분을 복제‧증폭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기술(PCR)이 개발됐다. 이로써 증폭된 DNA 서열로부터 mRNA를 합성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적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았다. 합성한 mRNA를 동물에 근육 주사했을 때 mRNA가 세포 안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mRNA 분자 1만 개당 1개 정도(0.01%)만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또, 주입 시 심각한 면역반응이 유발되며 동물들이 사망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백신과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은 그저 꿈으로만 남는 것 같았다.

2000년대, 침체기에 빠진 mRNA 분야를 구할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다. 지질나노입자는 RNA를 감싸서 표적에 갈 때까지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도착 후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2005년 카리코 박사는 면역학 분야 석학인 드류 바이스만 박사와 함께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변형 mRNA를 개발했다. 이로써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이 완성된 셈이다.

DNA의 구조가 규명되고 mRNA 백신 개발되기까지의 과정. 인류 첫 mRNA 백신은 긴 시간에 걸친 기초과학 연구를 토대로 탄생할 수 있었다./IBS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이었던 데릭 로시는 변형 mRNA 개발에 대한 논문을 읽고 mRNA에 관심을 갖게 된다. 데릭 로시가 바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다. 비슷한 시기 카리코 박사와 바이스만 박사는 자신들의 연구를 상업화하고,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에 기술 사용 권한을 주었다. 카리코 박사는 현재 바이오앤테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RNA와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의 가능성

RNA에 대한 연구는 근래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과학자들은 RNA의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찾아내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강력한 치료제 후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RNA는 인공적인 합성과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다. 불안정하다는 약점을 해결하면 약물이나 백신으로 개발하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약물과 백신 개발에 대한 후속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 최대의 난제인 암도 RNA에서 치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5 참조).

또한 진단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진단은 대부분 환자의 증상이나 조직 변화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병이 한참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세포 수준에서 진단할 수 있다면 빠르게 병의 발생을 확인할 수 있다. 세포는 저마다 특이한 RNA를 생성하는데, 어떤 RNA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면 세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는 RNA진단으로 암의 징후도 미리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RNA 연구는 생명의 복잡한 현상과 미세한 조절작용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할 것이며, 인류는 이 지식을 무기로 질병 치료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다. 전례 없는 속도로 mRNA백신이 개발된 것처럼, 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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