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서울 근교로 떠나는 미술관 나들이 ①

김희선 2021. 2.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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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즐비한 파주 출판도시, 굽이치는 곡선으로 된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설립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로 관람객을 끄는 미술관이다.

건축가 스스로 이 미술관을 '내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미술관들을 둘러본 알바루 시자는 "미술품들이 인공조명 아래 놓인 채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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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의 향연..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외관 [사진/전수영 기자]

(파주=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이름난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즐비한 파주 출판도시, 굽이치는 곡선으로 된 건물 한 채가 눈에 띈다. 누렇게 바랜 잔디와 파란 하늘 사이, 마치 하얀 책장이 바람에 펄럭이는 듯 서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설립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로 관람객을 끄는 미술관이다. 그 안에 전시된 미술 작품뿐 아니라 이들을 담아내는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다.

뮤지엄을 설계한 알바루 시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건축가다. 대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간명한 콘크리트 건축을 완벽하게 구사해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9년 완공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그의 건축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꼽힌다. 건축가 스스로 이 미술관을 '내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고 한다.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외관 [사진/전수영 기자]

건물 외부와 마찬가지로 전시장 내부 역시 온통 흰색이다.

냉난방 장치나 환기 시스템 등 건축물에 필수적인 설비는 모두 보이지 않게 감춰놨고, 미술 작품을 비추는 핀 조명도 과감하게 없애 버렸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백색의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태의 면과 그 사이 사이로 부딪혀 들어오는 자연광이다.

어릴 적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건축가는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점, 선, 면, 빛만을 가지고 단순하면서도 리듬감이 넘치는 건축물을 완성해냈다.

단순하면서도 리듬감이 느껴지는 전시장 내부. 점에서 출발한 직선과 곡선이 다양한 형태의 면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로 자연광이 들어온다. [사진/전수영 기자]

핀 조명이 없는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살아 움직이는 '빛'이다.

서울의 유명 미술관들을 둘러본 알바루 시자는 "미술품들이 인공조명 아래 놓인 채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1년 365일 똑같은 모습으로 작품을 비추는 인공조명을 부자연스럽게 느낀 그는 천장에 난 커다란 창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을 미술관 내부로 끌어들였다.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둥근 천창과 사각형의 창이 어우러진 공간 [사진/전수영 기자]

네모지게, 혹은 둥글게 난 천창은 대부분 흰색의 벽으로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여기로 들어온 햇빛이 가림벽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시간에 따라, 또 계절과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비추고, 이에 따라 벽에 걸린 작품도 시시각각 다르게 보인다.

'빛을 조각하는 건축가'로 불리는 그의 진면목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흰색의 가림벽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시간에 따라, 또 계절과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비춘다. [사진/전수영 기자]

현재 미술관에서는 혼재(MINGLES)라는 주제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30∼40대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 전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김윤섭 작가는 전통적 회화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고 전통 회화를 연구하면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인다.

반 고흐,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등 미술계 거장들을 화폭 속에 담은 그림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순교자-반 고흐의 부활'이라는 작품에서는 어두운 숲속에 좀비처럼 서 있는 반 고흐의 모습이 반 고흐 특유의 터치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반 고흐를 회화의 구세주, 순교자, 그리고 여전히 현대사회에서 죽지 않고 소비되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좀비'라고 생각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로 전시된 김윤섭 작가의 작품들 [사진/전수영 기자]

유현경 작가의 '자금성'은 일단 크기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가로 476㎝, 세로 312㎝에 달하는 화폭에 담긴 노란색의 역동적인 붓 터치는 마치 자금성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불멍'을 하면서 떠오른 자금성에서의 추억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번 기획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열린 네 차례의 기획 전시에 참여한 30∼40대 작가 12명의 작품 가운데 미술관 측이 구매한 작품들을 모아 보여주는 소장품전이 17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유현경 작가의 '자금성' [사진/전수영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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