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 속 한국의 길] ①마주 달리는 미중..위태로운 한국외교

노민호 기자 2021. 2.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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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외교에..韓 입지 인·태 아닌 동북아로 한정된 듯
전문가 "美 '전략적 모호성' 한국 가장 약한 고리라 생각"

[편집자주]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충돌지점을 향해 마주 달리고 있다. 美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치한다면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한 국가의 국력을 군사·경제·기술·통치체제·인적자원으로 평가했을 때 이르면 2023년 미중의 글로벌 패권이 교차하는 지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고, 미중 간 충돌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리로선 미중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아니면 양자택일 없이 마지막까지 '중립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스1>은 앞으로 7회에 걸쳐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중립외교를 계속할지 등을 놓고 지면을 통해 우리 외교에 화두를 던질 계획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은 동북아 패권 전략에서 한국을 핵심 국가로 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 동맹의 '핵심축(linch pin)'이자 북한 문제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호적인 지역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한국은 중국에 순종적이고, 중국을 안보위협으로 보고 (경계해 온) 일본과는 달리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였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여긴다."

최근 미국의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임명된 정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지난해 7월에 쓴 보고서 내용이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진영과 가까운 싱크탱크인 신안보센터(CNAS)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연합에서 가장 약한 동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쿼드국가인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전선을 형성해 전략적 결정을 하고, 한국은 동북아에만 집중하라는 식이다.

이를 놓고 한반도 운명이 직결된 미중 패권경쟁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 상실과 한미동맹의 이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한국이 미중패권에서 동북아에만 집중하게 되면 대중견제에 대한 부담이 줄어 외교적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구도가 미칠 '후폭풍'뿐 아니라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기민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전략을 펴왔던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바이든 "시진핑, 민주주의적인 면 전혀 없다" 미중경쟁 본격 시작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해 "민주주의적인 면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중패권 싸움의 본격 '신호탄'이 쏘아 올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 부재 발언을 두고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이다. 단 일각에서는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최근 백악관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대(對)중국 정책의 '일면'을 공개하며 '전략적 인내'로 중국 문제를 다룰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으로 전면전을 피하며 제재를 통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표 전략적 인내'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동맹국과의 협력·압박을 통해 중국의 입장과 행동 변화를 노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FP) 2021.2.4/뉴스1

◇'미온적' 입장 견지에…미국이 바라보는 '한국 입지' 변화 감지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정책의 결정판인 쿼드(Quad)를 계승·발전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판 나토'라 불리며 가입국들은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하는 등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쿼드국가 힘 싣기'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을 두고서는 발 빠른 정상 간 통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협력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의 핵심축'이라며 상대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동북아에 한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현재는 "구체화 되지 않은 구상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미온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진핀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사전 화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신냉전'을 조장하지 말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한중 정상통화 두고 일각선 세련되지 못한 韓외교 지적도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국이 동맹국 미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인 중국 사이에서 세련되지 못한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6일 한중 정상통화를 꼽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시 중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중 정상통화에 대해 한중 양국의 관계 발전과 시 주석의 방한 등을 논의하는 '성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동맹국 미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전달했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는 한중 정상통화에서 언급된 시 주석의 방한은 언급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했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보도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첫인상을 형성함에 있어 한국 외교가 '악수'(惡手)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미 정상통화는 한중 정상통화가 있은 지 정확히 9일 만에 이뤄졌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 (전경련 제공) 2019.7.23/뉴스1

◇전문가 "美, '전략적 모호성'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라 생각할 것"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국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을 두고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동맹 네트워크를 생각할 때 한국을 가장 약한 고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윤 전 원장은 "인도와 일본 등이 중국의 부상 속에서 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지 정부는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는 균형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만을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안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동맹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국한테 매달려야 한다는 게 아닌, 한국이 의미 있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감 있는 동맹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때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아울러 "우리는 중국과 싸워온 인도와 베트남, 호주, 일본 등과 네트워킹을 쌓아두면 미국 없이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며 "다양한 네트워킹을 해나가면서 국익을 보장하려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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