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한국 사회에 없던 화두 던진 '김범수 임팩트'
단순 재정지원보단 '인재육성'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초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과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온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스스로가 새로운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력)가 되고 있다.
10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파격선언하며 '재벌식 승계 답습' 논란을 정면돌파, 우리 사회에 '기업인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졌다.
김 의장의 이번 재산 환원 계획은 '자본주의의 고향' 미국에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거액의 '기부왕'이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한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파격적 결정이다.
특히 최근 김 의장을 둘러싼 '승계 논란'이 "IT업계의 자식 승계 신호탄이 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보란듯이 뒤집었다.
◇ 흙수저 벤처 1세대, 기업 '이익'만큼 '책임'에도 관심
국내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NHN 대표로 이미 한 차례 업계 정상에 오른 김 의장은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부터 기업의 이익만큼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둬왔다.
2남3녀 맏이로 태어나 부모님과 할머니를 포함한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유년시절 형편이 어려운 그는 5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서울대 산업공학 학·석사)에 갔다. 동년배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나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들 사이에서도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흙수저'로 꼽힌다.
김 의장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가 1999년 퇴사, 이듬해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국내 최초 게임 포털 '한게임'을 출범시켰고, 2002년 네이버컴과 합병해 이해진 당시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았다가 2007년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았고, 2014년 국내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김 의장은 201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사회적 의미에 천착하냐'는 질문에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린다"며 "열심히 살아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외면하자니 죄책감도 든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카카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도전할 때는 사회 문제 해결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별로 하지도 못했다. 네이버가 상장했을 때 1600억원 규모였는데, 제 관심은 회사를 키우는 것이었다. 다른 생각을 할 여력도 없었다"며 "두 번째 회사다 보니 왠지 그때가 반복되는 느낌인 거다. 또 회사 성장은 임지훈 대표라는 젊은 CEO를 영입해서 많이 맡겼다. 저는 회사에서 하지 못하는 영역을 개인적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란 사회 구조적 문제를 고민해볼 기회나 밑바닥에서부터 회사를 키워 업계 최정상에 올린 경험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 의장이 없었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 단순 재정지원보단 '인재육성' 통한 新가치 창출 초점
김 의장의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는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란 문구에서 따온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재정 지원보단 '인재 육성'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2018년 젊은 세대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교육 혁신가를 발굴·육성하는 아쇼카 한국재단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 카카오 주식 6만주(약 70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 2만주(약 50억원)를 추가로 아쇼카 한국재단에 기부했다.
또 2006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할 때부터 밝혔던 'CEO 100인을 양성하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벤처캐피탈(VC)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총 240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다. 영어교육업체 '야나두'의 김정수 공동대표,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의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이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 기업가다.
이밖에 1세대 벤처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와 이해진 GIO, 김정주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 등과 'C프로그램'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교육환경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데, 2015년부터 매년 10억씩 총 60억원을 기부했다. 김 의장 개인이 최근 10년간 기부한 금액은 현금 72억원과 주식 약 9만4000주(약 152억원)에 이른다.
김 의장은 2016년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 취임 당시 "가르치는 쪽도 배우는 쪽도 여전히 시험에 합격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단순히 지식을 끌어모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제 그런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내 자신을 이해하고 나에게 필요한 가르침과 배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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