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한국형 항공모함'의 꿈..2030년 경항모 전력화, 허와 실

최경민 기자 2021. 2. 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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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리즘]"경항모로 해군 능력 괄목 성장" vs "우리 안보 수요에 안 맞아"
경항공모함전투단 항진도/사진=해군

대한민국이 '항공모함 보유국'이 될 수 있을까. 군은 올해들어 경항공모함 개발에 본격 나섰다. 2030년 쯤에는 경항모 전력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이 항공모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해군의 경쟁력이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반대편에서는 경항모가 '조 단위'의 예산 먹는 하마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항모 본격적 추진에 나선 軍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항모 관련 11개 (선행)기술과 관련해 이미 2019년도 핵심기술 사업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예산이 확실하게 확보되면 지장이 없게 추진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지난 4일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강 청장의 공동 주관으로 제8차 방위사업협의회를 열고 경항모 사업을 논의했다. 경항모 사업과 관련해 대내외 공감대 확산을 위한 방안과 향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관련 기관별 협의 및 임무사항을 논의·공유했다.

지난해 12월30일 합동참모본부는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으로 열린 합동참모회의에서 경항모 건조 사업에 대한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향후 경항모 사업을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 △기획재정부의 사업타당성 평가 △2022년 예산안 반영 △국회의 예산안 심의 후 예산확정 △2022년 경항모 기본설계 착수 순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항모가 뭐길래
경항모 도입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됐다. 2030년쯤까지 전력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크기는 3만톤(t)급 정도다. 대형(9만톤급 이상) 및 중형(4만~6만톤급) 항모와는 크기에 차이가 난다.

최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배치된 니미츠함(10만톤급)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니미츠함과 같은 대형항모의 경우 전투기 80~90대 정도를 운용할 수 있다. 반면 경항모는 갑판 길이가 짧아서,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필요하다. 수직이착륙기 20대 정도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건조 시 우리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전투함은 세종대왕함(7600톤급)이기 때문이다. 경항모전단이 구성되는 것까지 고려할 때 해군 전력의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경항모 개념도/사진=해군
지난 4일 해군과 충남대가 공동주최한 '경항모 세미나'에서 길병옥 충남대 국가안보융합학부 교수는 △2∼7척의 공격 핵잠 △1∼2척의 이지스 순양함 △3∼4척의 이지스 구축함 △1∼2척의 미사일 프리깃함 △1∼2척의 보급함 등으로 구성된 경항모전투전단의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에 왜 필요한가?
군은 △해외 재해·재난 발생 시 재외국민 보호 △해난사고 구조작전 지원 △초국가·비군사적 위협 대응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서 지휘함 역할 수행 △한반도 인근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 보호 등을 위해 경항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력을 갖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2023년까지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항공모함 랴오닝(6만톤급)과 산둥(6만7000톤급) 두 척을 이미 운용 중이다. 신형 항공모함 2척의 추가 건조 계획도 있다.

지난 4일 '경항모 세미나'에서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경항모는 전력투사, 대규모 초수평선작전, 평화유지작전을 비롯한 다양한 해상작전을 장기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 해군의 작전능력은 경항모 보유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동맹국과의 연합연습에 보다 향상된 능력을 갖추고 참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기능도 기대된다. 북한과의 전쟁 상황에서 경항모는 △개전 초 공군기지 피폭 시 대체 기지 역할 △미 항모전투단 진입 전 해양우세 확장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해군은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001A’함이 랴오닝 성 다롄의 조선소 부두를 떠나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내년 하반기쯤 해군에 정식 인도될 예정이다. ⓒ AFP=뉴스1
해군 관계자는 "북한과 전면전이 벌어지면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우리 공군기지가 피해를 입어 정상 운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들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하여 효과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낭비 지적도
경항모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기본적으로 ‘방어 전력’이 아닌 ‘공격 전력’으로 간주되는 항공모함이 한국의 실정에 맞냐는 지적이다. 특히, 재래식 전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 북한과의 해상전에서 우리 해군이 전력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데, 항모 건조는 과잉 무장이 아니냐는 평가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서해, 남해, 동해의 영역이 좁아 항모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반도 자체가 일종의 갑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모가 없어도 충분히 우리 전투기가 영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항모에 예산낭비를 하지 말고 핵잠수함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있다.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경항모 자체가 2조원이지만,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다. (개발 예산이) 거의 10조원 정도 든다. 종합군수지원(ILS) 개념에 따라 30년 정도 경항모를 쓴다고 하면, 30조~40조원이 든다"며 "우리 안보 수요에 맞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육군교육사령부 사령관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항모는) 움직이는 비행장이기 때문에 항모 전단을 구성해야 한다. 항모 하나 예산만 드는 게 아닌 것”이라며 “지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데 경항모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軍 "국민 공감대 확산 위한 노력 지속"
경항모 건조와 관련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대국민 소통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향후 10년 동안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항모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며 "경항모 확보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항모 사업에 대한 해외 군수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종열 롤스로이스 한국지사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는 (경항모를) 현재 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롤스로이스가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한국 해군이나 현대중공업에 전수할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항모 개념도/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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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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