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거라고? 한복의 역사를 알려주마!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2021. 2.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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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새 깃털을 장식하는 조우관을 쓰고, 바지와 저고리를 입은 고구려 남성. 한복진흥센터 제공


우리 고유의 옷, 한복이 최근 중국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때 아닌 ‘원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속 두루마기 그리고 블랙핑크·잇지(IZZY)의 저고리 차림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의 원조는 한족의 ‘한푸’”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김치 종주국’ 논란에 이은 이른바 ‘한복 동북공정’이다.

중국의 한 유튜버가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들을 위해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한복”이라는 내용으로 만든 영상물 역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공유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중국 내 인기 사극에서는 시녀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앞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의 드라마 ‘킹덤’ 속 ‘갓’ 역시 이들에게는 그저 중국의 모자를 흉내낸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한복 고유의 특징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한복의 원류를 따져보면 바지와 저고리 차림이 특징인 한복의 원형은 스키타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키타이는 기원전 7∼3세기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활동한 유목 민족으로, 스키타이 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고대 한반도 지역의 옷차림 역시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와 같은 이부식(투피스) 차림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이는 동북아 문화권 대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는 특징으로, 우리 옷 ‘한복’과 결부짓기는 어렵다. 학계에서는 한반도에서 한복의 체계가 정립된 시기를 삼국시대 ‘호복’ 문화가 자리잡았을 때로 보고 있다.

고구려 고분 쌍영총 벽화-주름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고구려 여인. 한복진흥센터 제공



양직공도 속 삼국의 사신. (왼쪽부터) 신라, 고구려, 백제


■고구려 벽화에 등장한 한복

한복이 처음으로 기록에 등장한 것은 고구려의 벽화로, 이때에도 이미 한복은 중국의 ‘한푸’나 일본의 ‘기모노’ 같은 남방계 복식문화와 달리 확연하게 말을 타기에 유리한 북방계 복식문화의 영향을 나타낸다. 고조선의 한복 형식인 하의 위에 긴 포를 입고 허리띠를 매는 형식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평상시 한복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유학을 중시했던 조선시대 관복과 공복의 경우 중국 명나라의 복식을 받아들였던 이분적 복식제도가 현재 중국의 ‘한복 동북공정’의 원인이 된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일상생활에서는 고유의 한복을 입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투리처럼 달랐던 삼국시대의 한복

고구려의 한복에서는 고조선부터 이어진 왼쪽 여밈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이점으로는 옷에 점 무늬가 있다는 것이다.

백제의 한복은 고구려와 달리 왼쪽 여밈보다 오른쪽 여밈이 발달했다.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백제의 특성상 여러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삼국의 한복 중 가장 화려했고 여성적인 특징이 많이 나타난다. 겉옷을 입는 복식문화도 백제의 한복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신라의 한복은 백제·고구려의 것보다 조금 더 투박한 형태였지만, 통일신라 이후부터는 당나라풍 복식이 유행하며 상류층·귀족들의 옷은 ‘한푸’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이때에도 평민들의 복장에는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흰색의 백저포를 입은 모습. 이제현 초상, 고려, 국보 11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백의민족의 시작

고려 시대에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평상복으로 ‘백저포(白紵袍)’를 애용했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백저포는 흰색의 모시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때부터 흰색의 민무늬 옷이 고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원나라 간섭기 이후 몽골풍이 유행하며 몽골식 복식이 유행하며 저고리가 짧아지고, 고름이 생기는 특징이 추가됐다. 다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백저포에 노란물을 들인 치마가 유행하기도 했다.

■현대 한복의 정형이 된 조선시대

유학을 사회 전반의 사상으로 뒀던 조선 시대에는 다시 긴 치마저고리가 일반화됐다. 임진왜란 전후 약 200년간 저고리는 무척 크고 길었다. 하지만 또 한 번, 병자호란이 일어나며 다시 기존의 크고 긴 저고리를 조금씩 줄여입기 시작하는 동시에 이때부터 노리개가 애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숙종 때에는 팔꿈치 길이까지 짧아지고 영조대에는 더욱 짧아지기 시작해 정조대 이후부터는 팔을 들면 겨드랑이가 보일 정도인 약 20㎝까지 짧아졌다.

지난 2018년 체코건국 100주년을 맞아 체코 조핀궁에서 열린 한복패션쇼. 김혜순 컬렉션 제공


■민족의 고난과 함께 한 한복

1919년 3월 1일 유관순 열사와 함께 아우내 장터를 가득 메웠던 이들도, 1950년 6월 25일 북한군 탱크가 휴전선을 넘어올 때 각 지역에서 의용군을 조직해 침략에 맞섰던 이들도 옷차림은 늘 한복이었다. 일제강점기 서양식 의복인 ‘양복’이 들어오면서 남성 성인들에게는 양복이, 학생들에게는 교복이 강제됐지만, 이때에도 일반 서민들의 복식은 한복이 주를 이뤘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염색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색의 한복이 등장했고, 이어서는 편의성이 대두되며 배자나 버선 등의 사용이 점차 줄어들게 됐다.

■‘전국노래자랑’에서도 어색하지 않았던 한복

1980년대까지도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한복을 입은 어르신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1980년대 방영분을 보면 무대를 보기 위해 나온 많은 주민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고, 긴 수염을 기른 채 갓을 쓰고 나온 분들도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신곡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어 화제에 올랐다.


■한복, K-패션의 중심으로

현대의 한복은 생활 트렌드의 빠른 변화와 함께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지만, 민족 고유의 옷답게 명절 등에는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예를 갖추기 위해 한복을 찾아 입고는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량한복 수준을 넘어서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특히 방탄소년단 등 KPOP 한류 가수들과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선보인 한복은 해외에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한복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나타내는 의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부 변형되긴 했지만 저고리와 치마, 바지 그리고 겉옷인 포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될 만큼 한복은 우리 고유의 문화이자 역사다. 한반도에 사는 이들이 오랜 기간 즐겨 입었던, 단순한 옷이 아닌 민족 고유의 의복으로서 우리의 자부심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의 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58·한국명 순자)는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선서했다. 메릴린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면서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주, 그리고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더 큰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00년대 초반까지도 남아있던 제주지역 사냥꾼의 모습. 제주시


■제주도의 한복

제주도 지역은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상당히 오랫동안 독자적인 복식문화가 유지됐다. ‘후한서-동이열전’과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따르면 “마한 서해에 있는 큰 섬에 주호국(제주의 옛 명칭)이 있는데, 가죽옷을 입은 사람들은 윗도리만 걸치고 아랫도리는 입지 않으며 소와 돼지를 기르며 배를 타고 한나라와 교역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 2012년 제주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제주 전통 모피·피혁류 복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주 중간 산간지역에서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는 1900년대 출생 제주도민들의 증언을 기록하며 비교적 최근까지도 가죽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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