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논란' 극복한 러시아 백신, EU 승인 절차 속도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이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도록 서두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 지원과 해외 생산,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에 백신 등록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RDIF는 “신청서가 접수됐다는 EMA의 공식 확인을 받았다”며 “승인 속도는 EMA에 달렸다”고 밝혔다.

RDIF는 지난해 10월 EMA에 스푸트니크 V 백신 승인에 앞선 사전 절차인 과학적 자문을 요청했으며 지난달 19일 실제로 자문이 이뤄졌다. 열흘 뒤인 지난달 29일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EMA가 승인하고 긴급 사용을 권고한 백신은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거쳐 EU 시장에 일괄 공급될 수 있다. 현재까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6억 도즈), 모더나 백신(1억6000만 도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4억 도즈) 등이 EMA 승인을 받아 EU에 공급된다.

러시아는 유럽시장 외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 목록에 자국 백신을 포함시키기 위해 협상 중이다. WHO는 이날 스푸트니크 V가 코백스 퍼실리티 참여국에 공급되는 백신 목록에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나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시험 뒤 곧바로 승인했다. 이에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최근 권위 있는 국제 의학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V의 성공적 3상 결과가 게재되면서 이 백신을 향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랜싯은 지난 2일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가 91.6%에 이르며 6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도 효과가 91.8%에 달한다는 3상 결과를 게재했다. 스푸트니크 V를 승인하는 국가도 늘었다. RDIF는 이날 파키스탄이 세계에서 22번째로 스푸트니크 V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RDIF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스푸트니크 V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결합 접종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같은 전달체(벡터) 기반 백신인 스푸트니크 V와 아스트라제네카 결합 접종 시험은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3개국에서 각각 100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아제르바이잔 외에 어떤 국가가 임상시험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