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부부가 폭행·물고문.. 용인 10세 여아 사망사건 쌓이는 의혹
친자녀 3명 다른 친척 집에..경찰, 수사 확대
9일 용인동부경찰서는 전날 숨진 A(10)양 사건과 관련해 이모인 B씨 부부로부터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물고문 행위를 몇 차례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명이 조카의 몸을 잡고 다른 한 명이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이웃에게는 평범한 40대 부부로 비쳤던 이들이 역할을 번갈아 가며 조카를 학대했다는 얘기다.
◆ 친자녀 3명은 다른 친척 집에…상습 학대 있었나?
B씨 부부는 최근 3개월간 A양을 맡아 키워 온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동생인 A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으로 양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앞서 A양은 친부모와 함께 용인의 다른 지역에 거주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평범한 아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양이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자 이틀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전날 오전 A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폭행을 멈추고 신고했다.
A양은 전날 낮 12시35분쯤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B씨네 집 아파트 화장실 욕조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욕조의 물은 모두 비워진 상태였다.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온몸의 멍 자국을 발견한 구급대원과 의료진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 부부를 긴급체포해 학대 혐의를 조사했다.
이날 A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도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2주 정도 뒤에 나온다.
경찰은 B씨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양의 팔 부위에서 결박이 의심되는 흔적을 발견하고, B씨 부부가 아이를 묶어놓고 폭행했을 가능성도 열어둔 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아이의 고함과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을 토대로 장기간 학대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B씨 부부와 같은 라인에 사는 한 주민은 “일주일 전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집에서 여성이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지르고, 여자아이가 엉엉 우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당시에는 아이가 그냥 잘못해서 야단맞고 있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한편 B씨 부부에게는 12살과 5살, 2살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 모두 친척 집에 맡겨진 상태로, 경찰은 B씨 부부가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희선 가천대 교수(유아교육학)는 “B씨 부부는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소유물이나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며 “잘못된 신념에 따른 정서·신체적 학대가 지속되면 아이들은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으며, 폭력성을 답습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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