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얼굴 까먹겠다"는 시어머니.."누가 대신 신고해 달라"는 며느리

김지현 기자 2021. 2.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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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설 연휴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유지하면서 자식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일각에선 이번 설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반기지만 "지난해 추석 때도 방문하지 않아 망설여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설 연휴 기간 고향집 방문 여부를 두고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취준생 박모씨(26)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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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설 대이동은 없다]고향 방문 두고 부모·자식 세대간 갈등
전문가들 "대화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서울 강남구 고속터미널 경부선 승차장이 여느 명절 때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2.9/뉴스1

정부가 설 연휴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유지하면서 자식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일각에선 이번 설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반기지만 “지난해 추석 때도 방문하지 않아 망설여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걱정은 되지만, 자식 입장에선 눈치…"문자로 신고하면 익명 보장"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윤모씨(34)는 지난주 시어머니로부터 "이러다 손주 얼굴 까먹겠다"는 전화를 받고 설날 계획을 변경했다. 윤씨는 “원래 아이들과 집에서 보낼 생각이었으나 내심 고향을 방문했으면 하는 것 같아 기차표를 끊었다”고 말했다.

외며느리인 탓에 차례상과 식사준비를 하는 게 만만치 않지만 며느리 된 입장에서 먼저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정모씨(38)도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갈 예정이다. 시댁 큰며느리로부터 다들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남편이 삼형제라 다 모이면 10명은 될 텐데 집에서 모이니 어떻게 할 방법도 없다”며 “우리끼리 조심하면 되지 않냐는 눈치다”라고 했다.

고향집에 내려가는 대신 '혼자 여행'을 계획한 직장인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장모씨(31)는 지난달 강릉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장씨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면 부모님이 내려오라고 할 것 같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며 "혼자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설 연휴 기간 고향집 방문 여부를 두고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직계 가족이라도 등록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다. 이를 어길 시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 절차를 묻는 글도 있다. 동탄의 한 맘카페에는 “112 문자로 신고를 하면 익명이 보장된다”며 “지인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대신 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다”는 구체적인 방법이 공유됐다.
과태료 올렸으면…전문가들 "가족끼리 털어놓고 이야기해야"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설 명절을 나흘 앞둔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배객들이 미리 성묘를 하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운영을 중단한다. 2021.2.7/뉴스1

취준생들도 내심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반가운 눈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취준생 박모씨(26)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예정이다.

박씨는 "안 그래도 취업이 어려워 친척들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운데, 이참에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설 연휴 동안 그동안 부족했던 과목 공부들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날 방역대책이 더 엄격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윤씨는 "시댁이 시골이다보니 수도권에 비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그렇다보니 당연히 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장씨도 "추석 연휴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거나 과태료 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세대 간 대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랫사람 입장에선 아무래도 먼저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가족간 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특수한 상황이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잘 말씀드리면 어른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며 "가족 간 서로의 상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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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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