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후엔 하늘 나는 車타고 고향집으로?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2021. 2.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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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블레이드 러너’ 봤어? 그래, 그 자동차 말야. 비오는 날 도심 속 상공을 슝! 하고 날던 그 모델. 저런 ‘차’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EV(전기차)’이자 ‘PAV’(개인용비행자동차·Personal Air Vehicle)를 두고 당시 팬들이 한 말이다.

당시엔 공상과학적 이미지 또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전 세계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이 월등한 고효율 EV는 물론 하늘을 나르는 ‘PAV’ 개발을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1982년작에서 나오는 하늘을 나르는 비행자동차


비록 영화의 배경이던 2019년은 지났지만, 영화가 보여준 미래는 예언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기술은 ‘진보’했다.

EV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선 시스템 구동 열기를 낮춰주는 고도화된 냉각 쿨링 기술에 충전 제어, 멀티컴퓨팅프로세스, 에너지 전환 효율, 주행안전시스템 운영체제 등 다수의 테크놀로지가 총망라돼야 하는데 이러한 개별 단위 시스템을 모아 만드는 EV 모델들이 마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세대체인지를 이어가듯 업데이트되고 있다.

■‘첨단 기술’ 죽인 그들

지난 1884년 영국의 발명가 토머스 파커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콘셉트 전기차를 선보인 이후 수많은 ‘조상 격 EV’들이 등장했다.

히스토리를 돌아 보면 매우 안타까운 불운의 전기차가 있다. 차명은 ‘EV1’, 제조사는 ‘자동차 왕국’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지엠이었다.

1996년 당시 지엠이 고속 충전기술까지 갖추고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전기 괴물’에 놀란 부품·정유 업계의 반대와 비방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1세대 순수 EV다.

지금으로치면 테슬라 ‘모델3’ 정도 엇비슷한 사이즈다.



사막에 대량으로 내다버리고 폐기한 ‘EV1’



당시 이 모델의 1회 완충 주행 거리가 200㎞ 이상이었을 만큼 혁신을 이룬 차량이었지만, 위기감을 느낀 정유업계의 반대에 휘말려 지엠 스스로 ‘EV1’을 조기 단종하고, 사막 한가운데에서 전량 폐기 처분했다.

‘석유의 시대’로 일컬어지던 당시 산업체계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다는 오판과 두려움에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장시킨 것이다.

■전기차 대중화 현주소는?

‘EV1’과 같은 시기를 보내며 반짝 주목을 받았던 순수 전기차는 국내 기술로도 개발된 적이 있는데 대표 모델을 꼽는다면 바로 ‘삼성전자’가 만든 ‘SEV-3’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 전자산업이 자동차와 융합하면 미래 경쟁력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삼성중공업을 통해 완성차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모터로 달리는 ‘SEV-3’. ‘Samsung Electric Vehicle’이다.

이후 조금씩 손본 모델들이 잇따랐고, 그 결과 ‘SEV’는 1회 충전으로 180㎞까지 달릴 수 있었다.

당시 국내 수준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이었고, 일본에서도 취재 열기가 상당했었다. 하지만 빠른 기술적 진보에 비해 대중적인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기아는 ‘프라이드 EV’, 이후 현대차는 ‘쏘나타Y2’ 차체에 모터를 더한 전기차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삼성중공업 공동개발 ‘SEV-IV’




SEV는 오픈카로도 선보였다


독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영역을 키워왔다. 1980년대부터 전기차를 넘어서 수소연료전지 부문에도 기술력을 다져 1994년에는 벤츠 최초의 수소전지차인 ‘NECAR1’을 연구 모델로 내놓았고, 이후엔 B클래스에 수소탱크를 올린 ‘B클래스 F-CELL’을 출시하기도 했다.

B클래스 F-CELL은 200대 한정판으로 생산돼 연구용, 시범 주행용으로 쓰였다.

물론 벤츠는 이보다 더 오래전인 2002년 ‘A클래스’ 롱 휠 베이스 차체 바닥을 이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장착한 연구용 차량을 개발한 바 있다. 이때부터 이런 연료전지 차량들에 ‘CELL’이라는 이름들이 더해졌다. FCEV를 또 하나의 전기차 축으로 보고 현대차그룹과 경쟁하듯 수소전기차 개발을 연마해오고 있다.

일본계에선 토요타가 1997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완전한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EV1’ 이후 25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수많은 전기차를 전 세계 모터쇼에서 만나고 있으며, 시속 180㎞ 이상으로 내달리는 순수 EV들도 잇따라 도로 위에 등장하고 있다.

벤츠 최초의 수소전기차. 연구개발용으로 처음엔 개발됐다. 모델명은 NECAR1이다.



전기로만 571마력 내는 포르쉐 타이칸 4S


특히 ‘EV1’이 등장했던 당시, 대다수 자동차 업계의 우려와 달리 전기차를 통해 완성차 산업은 되레 더 미래지향적이고 대중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나아가 통상 5~7만달러 수준에 이른 기존 브랜드 전기차들보다 훨씬 낮은 중저가 모델 개발 경쟁이 한창이고, 실제로 중국 완성차 업체인 BYD는 순수 전기차 ‘e6’ 등 e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전기차 수준은?

지난해 전기차(PHEV·EV 포함) 판매량 기준 현대차는 글로벌 순위 ‘10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1위 테슬라의 뒤를 폭스바겐과 중국 BYD, SGMW,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쫓고 있다.

국내 EV 기술력은 중국보다 앞선 수준이고, 동시에 FCEV(수소셀전기차) 분야에서는 전 세계 ‘톱’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혁신과 로봇,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구축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5년을 목표로 우버와 손잡고 PAV ‘S-A1’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확산의 양분인 충전 인프라 구축은 미진한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우버와 손잡고 양산화 단계를 잇고 있는 PAV ‘S-A1’


충전을 마치고 제때 차량을 빼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할 만큼 전국 단위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조차 ‘충전기’가 2대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형마트 등에선 전기료 부담에 충전기 유지 보수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먼지가 쌓인 충전기들을 빼내고 있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도둑 충전’ 대응 차원에서 벽면에 설치된 콘셉트 전원을 차단하는 실정이다.

전기차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EV1이 사라지고 수십년 만에 다시 EV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도 전기차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는 마치 예전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모든 IT 성장 산업이 죽을 수 있다고 걱정했던 것과 같은 논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PAV 기술력이 발전한다 해도 이에 수반되는 충전 플랫폼 확충, 보험·금융 시스템, 교통법규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대부분 초기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어 EV 관련 기술이 도태되거나 해외로 나가 인정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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