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세계 5번째 화성 궤도 진입국에

곽노필 2021. 2. 1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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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 '아말', 7개월 여행 성공
2개월 뒤 본격 탐사궤도에 진입
구상에서 마무리까지 불과 6년
아랍에미리트의 화성탐사선 아말의 궤도비행 상상도. MBRSC

2월은 보기 드문 화성 탐사의 달이다. 지난해 7월 차례로 지구를 출발한 아랍에미리트, 중국, 미국의 탐사선이 이달 중 잇따라 화성에 도착한다. 선두주자는 아랍에미리트다. 가장 먼저 출발한 중동의 소국 아랍에미리트의 우주탐사선 아말(희망이란 뜻)이 9일(현지시각) 화성 궤도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궤도 진입 과정은 오후 7시30분(두바이 시각 기준, 한국시각은 10일 0시30분) 시작돼 27분 동안 진행됐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은 다섯번째 화성 궤도 진입국이 됐다. 현재 화성에는 한 대의 로버(큐리오시티)와 한 대의 착륙선(인사이트), 6대의 궤도선(미국 3, 유럽 2, 인도 1)이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아말이 추가됨으로써 화성 궤도선은 7대로 늘어나게 됐다.

궤도에 진입한 화성 탐사선과의 교신에 성공한 뒤 MBRSC 관계자들이 자축의 박수를 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는 이날 탐사선 아말이 보내온 신호를 포착한 뒤 "교신이 재개됐다.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날 궤도 진입 과정은 지구와의 교신 없이 자체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현재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1억9천만km로, 교신에 22분이 걸려 원격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라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우주청장은 “아말호의 성공적인 화성 진입으로, 건국 50주년인 동시에 인류 탐사선이 화성에 처음 착륙한 지 50년이 된 2021년을 기념할 수 있게 됐다”며 “신생 국가라는 한계 속에서도 인류가 화성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는 더 특별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높이 828미터) 앞에서 진행된 화성 궤도 진입 현장 중계 행사. 웹방송 갈무리

샤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총리는 "이번 성과로 우리는 아랍권 역사상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에 도달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아랍권 전체에 다른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7개월 동안 4억9350만km를 날아온 아말은 이날 역추진 엔진을 이용해 비행 속도를 시속 12만1천㎞에서 1만8천㎞로 줄이며 궤도에 진입했다. 화성 궤도 진입은 고도 2400km 상공에서 시작해 고도 1000km 상공에서 마무리됐다.

화성탐사선 아말의 여행 궤적. 맨오른쪽 노란색 원이 앞으로 1년간 선회하게 될 탐사궤도다. MBRSC 제공

화성 연간 기후도 작성…전 세계와 자료 공유

무게 1.3톤의 소형 SUV 크기인 탐사선 아말은 앞으로 40시간 동안 가깝게는 1000km, 멀게는 4만9380km 상공을 선회하는 포획궤도를 유지한다. 이후 2개월간 궤도 조정을 거친 뒤 정식 임무수행을 위한 탐사궤도로 이동한다.

아말의 임무는 이 과학궤도에서 화성의 연중 기후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고도 2만~4만3천km 상공에서 55시간에 한 번씩 타원형으로 화성을 돌면서 화성의 1년(687일) 동안 대기 변화를 관측한다.

이를 위해 아말에는 3개의 관측 장비가 탑재돼 있다. 고화질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는 하층 대기의 먼지, 습기, 오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외선 분광기는 상층 대기의 일산화탄소, 수소 및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 현재 화성에 있는 6대의 궤도선은 극궤도에 고정돼 있어 화성 전체를 관측할 수 없다. 반면 아말은 경사궤도를 돌기 때문에 화성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아말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1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이 관측 자료를 국제 과학 커뮤니티에 전면 공개할 예정이다. 옴란 안와르 샤라프 프로젝트총괄은 지난달 28일 한국기자들과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아말이 화성 기후를 유일하게 살펴보는 우주선은 아니지만 관측 자료를 국제 과학계와 공유하는 우주선은 아말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말호가 확보한 첫 번째 데이터 모음은 오는 9월 발표된다. 프로젝트팀은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건국 50주년을 맞는 1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아말에 탑재된 분광기. MBRSC 제공

협업을 원칙으로 추진…“한국과 협력서 많이 배워”

아말은 구상에서 발사까지 6년밖에 걸리지 않은 속성 프로젝트다.

옴란 샤라프 총괄은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배경을 세 가지로 꼽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이룬 성과 위에서 시작하라는 정부의 방향 제시였다고 한다. 그는 이 방침에 따라 경쟁이 아니라 협업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2000년대에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두바이샛 1호, 2호를 발사하면서 많은 지식을 전수받았다"며 "이번엔 미국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단기간 내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협력 파트너는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를 가리킨다. 화성 탐사 우주선은 프로젝트팀과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 주도 아래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와 협력해 제작했다. 그는 한국과는 지금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2020년이라는 시한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건국 50주년을 맞는 2021년에 맞춰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독창적이면서도 효용이 좋은 탐사 모델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파트마 후세인 루타 측정과학장비부문 과장은 "이번 탐사에서는 기왕이면 과학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하고 싶어, 과학계의 우선 순위(화성 기후도 작성)에 있는 걸 골랐다"고 말했다.

탐사선의 화성 궤도 진입을 기념해 건물 외부를 빨간색 조명으로 치장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 “불가능은 가능하다”는 문구가 보인다. 웹방송 갈무리

여성 참여 비중 높아…과학팀은 80%가 여성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는 여성들의 참여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200여명으로 구성된 주관 기구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팀의 34%가 여성이다. 특히 과학팀은 80%가 여성이다. 파트마 과장은 "지난 10년 동안 여성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라며 "이제는 여성의 참여가 지극히 다영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화성 프로젝트를 국가 위상의 제고와 함께 과학인재 육성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아랍에미리트 우주청은 그동안 6만명의 청소년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홍보 교육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화성 탐사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중동의 신생 소국으로서 짧은 기간에 프로젝트를 기획해 추진하면서 선진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운 것도 향후 우주개발에서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의 다음 우주 탐사 대상은 달이다. 2024년 달 착륙선 `라시드'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의 아말보다 3일 늦게 지구를 출발한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도 10일 중으로 화성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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