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상 심리서비스 지원으로 극단선택 줄인 호주

원태성 기자,이상학 기자 2021. 2.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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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끝내자]⑧'극단선택' 막는 나라..선진국 예방시스템은?
'경험자 투입' 서비스도..시간·예산 투자와 인식 개선 필요

[편집자주]모든 1등이 영예로운 건 아니다.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은 '막는 것' 밖에 대책이 없다. 2019년 극단 선택으로 1만3799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37.7명이다. <뉴스1>은 자살시도자나 충동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고 유가족·상담사·복지사·학계 전문가 등을 취재해 관련 사례를 분석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최선의 대책이 무엇인지 총 9회에 걸쳐 보도한다.

© 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이상학 기자 = 한국은 2003년부터(2017년 제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통계인 2019년 기준으로 봐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4.6명으로 OECD 평균(11.3명)을 크게 웃돈다.

한국에 앞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일부 선진국은 다양한 예방정책을 통해 극단선택을 줄이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극단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신건강분야의 선진국 호주가 대표적이다.

◇'국가 차원' 전 국민 대상 심리치료 지원 서비스 제공

10일 온나라 정책연구의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 보고서(2018년) 등 관련 자료를 보면 호주의 극단선택 예방 전략은 Δ1차적 보건네트워크에 기반한 지역적 접근 Δ전국민 위기지원서비스 Δ원주민과 토러스 해협(호주 동북부의 해협) 원주민의 극단선택 예방 전략 포함 Δ극단선택 및 자해시도자의 사후관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호주는 이런 전략에 힘입어 1990년 자살률 13.4명을 2013년 11.2명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다.

가장 성공적인 지원 서비스는 2001년 시작한 심리연계서비스다. 심리연계서비스는 호주 국민 중 중등도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을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보내 진단을 받게 하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극단선택 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서비스인 지역사회기반심리서비스에는 5년간 4050만달러가 투입되기도 했다.

주로 지리적·경제적 문제와 노숙위험 등으로 정신건강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호주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최대 18회 상담을 받는데 최초 6회는 기본이고 이후 6회는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 6회 더 정신상담을 받을 수 있다. 2003~2012년 35만건의 상담신청이 들어와 신청자의 79%가 140만회의 상담을 받았다.

미국의 ABC 뉴스는 호주의 심리연계서비스에 대해 "극단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같은 서비스다"며 "전문가 수준에서 당신을 지원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다만 자살 예방과 극단선택 시도자 관리 프로그램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살률도 2018년 12.1명까지 올라 9년 전인 2009년 10.7명보다 13%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호주 정부는 기존 정책에 대한 지적들을 수용해 2017년 10월 정신건강계획에 자살예방계획을 통합한 '제5차 국가 정신건강·자살예방 계획'을 내놓는다. 극단선택이 실행되기까지 사회·경제적 요인과 신경 정신과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예방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 운영…동료지원서비스도

호주는 극단선택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운영해 정책의 빈틈을 최소화한다.

40개 지역의 훈련센터를 통해 극단선택 시도자 등의 요구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1차 정신보건인력, 상담사, 보건의료인력을 훈련시키는 정신건강응급대응사업을 하고 있다.

또 우울증 및 분노장애를 갖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직장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2012년 1월에는 직장의 예방 훈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e-learning)을 시작했다.

멜버른과 빅토리아주는 전화상담으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신속히 개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관련 인력도 교육시킨다. 상담과 치료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한다.

호주 극단선택 예방정책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동료지원서비스다. 동료지원서비스란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원봉사자 또는 해당 기관의 구성원으로 일하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동료지원서비스 단체 웰웨이즈는 약 1000명의 스태프 가운데 140명이 동료지원서비스 담당자다.

비영리 정신건강 지원단체인 정신건강응급처치센터는 가족이나 이웃에게 우울, 불안 등 정신 문제가 있을 경우 초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가벼운 정신질환도 낙인찍는 한국 사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과 신설…"더 많은 시간과 예산 필요" 한국은 이번 정부가 자살률 감소를 100대 국정과제에 처음 포함시키는 등 극단선택 예방 대책에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선택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는 환경을 마련했다며 환영하면서도 호주처럼 체계적인 심리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입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백종우 중앙자살센터장은 "중앙심리부검센터와 4개 자치단체가 지난해 극단선택 시도자와 유가족을 위해 행정 지원과 심리 지원, 법적인 상담 등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등 이전보다는 지원이 많아졌다"며 변화한 예방대책을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극단선택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유가족과 극단선택 시도자들이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도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에 심리지원 정책이 포함됐다"며 "늦었지만 공공심리건강센터 건립의 토대가 마련됐으니 이제부터라도 국가가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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