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퇴임 앞둔 안건준 회장 "정부 규제 개혁 실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의 규제 개혁을 돌아보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오는 25일 임기를 마친 뒤 온전히 기업가로 돌아가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 공정경제 3법을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집단소송제 등 늘어나는 규제로 인해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 역시 험난한 허들이 생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회장은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등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한 데 반기를 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기 중 벤처특별법 개정·CVC 허용 등 성과 이끌어내
중대재해법·집단소송제 등 '기업옥죄기' 규제 아쉬워
"혁신벤처생태계 위해 이재용 부회장 현업 복귀 절실"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지난 4년 동안 정부의 규제 개혁을 돌아보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오는 25일 임기를 마친 뒤 온전히 기업가로 돌아가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 공정경제 3법을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집단소송제 등 늘어나는 규제로 인해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 역시 험난한 허들이 생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건준 회장은 지난 2001년 크루셜텍(114120)을 창업한 뒤 전자부품 분야를 대표하는 제조업 벤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크루셜텍은 모바일 광마우스인 ‘옵티컬트랙패드’(OTP) 분야에서 한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지문인식모듈을 개발한 뒤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과 활발히 협력했다.
안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벤처기업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가장 먼저 우리나라 벤처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혁신벤처단체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그는 이후 벤처기업협회와 함께 협의회 수장으로서 정부와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허용과 함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이하 벤처기업특별법) 개정 등을 이끌었다.
안 회장은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등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한 데 반기를 들었다. 특히 임기 동안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상생을 통한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 구축을 이루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 회장은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가 완성하려면 ‘대기업 맏형’ 역할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현업 복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회장은 올 한해 벤처업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 역시 벤처 육성을 위한 정책을 과감히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을 만나 벤처기업협회 수장으로 활동한 지난 4년간의 소회와 함께 앞으로 벤처업계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 벤처기업협회장직을 만 4년 만에 내려놓게 됐다. 소회가 어떤지.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한 2017년 2월 당시는 정권 교체기였다. 이후 7만여 벤처기업 대표로서 줄곧 정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취임 첫해 혁신벤처단체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국내 벤처와 관련한 여러 협·단체를 모은 뒤 규제 혁신과 창업 활성화 등 정부에 다양한 정책적 건의를 했다. 그 결과, 기업형벤처캐피탈 허용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아울러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확인기관으로 지정됐다. 벤처기업 확인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은 과거 20년 동안 벤처업계 염원이었다. 이를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에 따라 벤처기업협회에서 운영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임기 4년 동안 주력했던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마무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차기 회장이 이를 완성해줬으면 한다.
- 특히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벤처업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벤처 역시 침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벤처 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성장을 이어간 게 뜻깊었다. 벤처기업협회에서 매년 벤처 실태 조사를 하는데 2019년말 기준으로 벤처기업의 전체 고용이 8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벤처 총매출은 193조원으로 재계로 따지면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었다. 벤처천억기업 역시 사상 처음 600개를 넘어섰다. 총 617개 벤처천억기업 매출은 140조원 이상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40위 안에 셀트리온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17개 벤처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지난해는 벤처 외형적인 부분과 함께 국가 경제에 참여하는 부분이 커졌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관심 있게 봐야 할 게 벤처생태계라는 생각이 든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처를 위해 탄원서를 내면서 주목받았는데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임기 4년간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게 이스라엘의 벤처생태계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게 대기업생태계다. 이스라엘은 조선과 철강, 가전 등 대기업생태계가 없다. 물론 대기업이 음성적이고 나쁜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끌어낸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없이는 ‘퀀텀점프’할 수 없다. 삼성은 대기업 맏형이다.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에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삼성이 상생을 진정성 있게 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다. 오너 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 역할이 큰데, 그런 면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아쉬움이 컸다. 이 부회장이 현업에 복귀하면 상생에 있어 한층 속도가 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업 현장에서는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법, 집단소송제 등 늘어나는 규제로 인해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데
▷공정경제 3법 등은 벤처업계에 있어서도 남 일이 아니다. 대기업만 해당하지 않는다. 벤처생태계엔 이미 대기업 레벨로 성장한 기업도 있고 창업 초기 스타트업도 있다. 이들 법이 벤처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이들 규제가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퀀텀점프시킬 것인가, 아니면 험난한 허들을 만들 것인다. 명백히 후자이며, 이런 이유로 반대한다.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 지난 2018년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과거 정부들이 한결같이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지만, 9년 동안 조사해보니 없어진 규제는 900여개인데 새로 생긴 규제는 10배나 많은 9000여개였다. 이런 이유로 실질적인 규제 개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정부의 규제 개혁을 돌아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그 이유를 3가지로 규정하면 첫 번째 기득권의 저항이 강했다. 신산업과 기존산업이 부딪히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공유경제 모빌리티 (타다 논란) 분야였는데, 당시 정부가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두 번째는 포지티브 규제다. 벤처업계는 안 되는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규제한 뒤 일부 되는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이어진다. 세 번째는 (공무원이) 적극 행정이 아닌 소극 행정을 한다.
- 후임 벤처기업협회장으로 강삼권 포인트모바일(318020) 대표가 입후보했다. 협회장직을 내려놓는 입장에서 앞으로 벤처협회, 아울러 벤처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당시 벤처생태계는 위기를 극복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 팬데믹은 과거 어떤 상황보다 심각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가가 오른다고 좋은 게 아니다. 정반대 상황이다. 올해 벤처업계 역할은 ‘포스트 코로나’ 대응인데 정부에서도 벤처 육성 정책을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원격의료와 데이터 등 2개 신사업 분야에서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신사업은 규제 개혁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데이터 3법’ 등 법은 통과했는데 붙어 있는 게 너무 많다. 제안한다면 우선 정부 차원의 단일 콘트롤타워를 가동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1965년 출생 △부산대 기계공학과 학사 △경북대 산업공학 석사 △1990년 삼성전자 기술총괄본부 연구원 △1997년 럭스텍 CTO △2001년 크루셜텍 대표이사 △2017년 벤처기업협회 회장 △호서대 컴퓨터정보공학부 조교수
강경래 (butt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민간서 판매금지한 ‘새끼 오징어’…수협선 버젓이 유통
- 김종인, 미혼모 시설서 "정상 엄마 많지 않아"
- '아내의 맛' 윤석민 "장모 김예령에 첫눈에 반해"
- “서울 주택, 20년 이상이 절반”…'현금청산' 공포 확산
- 장윤정 "아들 갖고 싶다며.. 내 속옷 달라는 사람 있어"
- "방역보다 헌팅? 유흥주점 방문자 지원금 뺏자" 靑 청원글
- `전방위 투자 확대` TSMC, 회사채 1兆 찍어 실탄 늘린다
- 권익위 권고따라, 고가주택 기준 9억→12억 바뀌나
- 한서희 "약물 금지? 내가 기본을 못 지켰다"
- '코로나 직격탄' 서울버스 승객 24%↓…공항버스 최대 99% 급감 폐선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