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피해자 김승하 前 KTX 승무지부장 "법원 이제라도 바뀌어야 신뢰 회복"

이창수 2021. 2.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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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제라도 제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더 늦으면 답이 없을 것 같거든요."

지난달 19일 취재팀과 만난 김승하(42·여·사진)씨는 법원에서 경험한 일을 떠올리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출산 이후인 8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법원이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 태어난 아이가 나고 자랄 사회, 그리고 이를 지탱해야 할 법원이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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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후 동료 극단적 선택
아이들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법원이 이제라도 제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더 늦으면 답이 없을 것 같거든요.”

지난달 19일 취재팀과 만난 김승하(42·여·사진)씨는 법원에서 경험한 일을 떠올리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때는 법원을 철석같이 믿었다”는 그는 2006년 해고됐다가 2018년 복직한 KTX 해고 열차승무원 중 한 명이다. 출산예정일을 며칠 넘겨 만삭의 몸으로 나온 그는 “그때는 너무 순진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사건의 당사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드러난 법원행정처 비밀 문건에는 그와 동료들이 1·2심에서 승소한 뒤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건이 등장한다. 해당 문건에는 “그동안 사법부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라며 그의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그때를 떠올렸는지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심 승소 이후 받았던 임금과 법정이자는 1억원 가까운 빚으로 돌아왔다. 판결 보름 뒤쯤 동료 한 명이 세살배기 딸을 남겨둔 채 세상을 등졌다. 시간이 흘러 정권이 바뀌고 종교계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타협해 복직할 수 있었지만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는 출산을 앞둔 얼마 전까지 동료들과 진상 규명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이 징계나 법적 처벌 없이 법원을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저도 이제 나이가 마흔이 넘었어요… 이런다고 달라지는 게 별로 없을 것이란 건 누구보다 잘 알죠. 그런데 (대법원 판결 이후) 사람이 죽었잖아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만약 누군가 잘못이 있다면 최소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는 출산 이후인 8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법원이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막 태어난 아이가 나고 자랄 사회, 그리고 이를 지탱해야 할 법원이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싫다고 어디 훌쩍 떠날 수도 없는 일이고…. 아이랑 계속 이 사회에서 살아야 되잖아요.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이 흔들리면 누구를 믿으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는 법원 스스로 바뀌는 것이 어렵다면 외부의 힘을 받아서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그렇고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매번 부정적인 것밖에 없는데 누가 법원을 신뢰할 수 있겠어요. 적어도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으면 해요. 꼭 좀요.”

법조팀=이창수·송은아·김선영·이창훈·이희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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