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홍남기 부총리, 장수들 남기나.. 기재부, 'STAY 인사說'에 뒤숭숭
‘재정건전성’ 사수 놓고 여당과 전쟁 중인 홍남기 부총리
주요 과장들 ‘스테이 인사’ 되나… 인사 2~3번에 나눠할수도
연수·해외파견자, 일하다 출국할수도… "너무한다" 불만도
여당과 4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놓고 마찰을 빚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민에 빠졌다. 기재부의 ‘장수’격인 과장급 인사를 앞두고 인사폭에 대한 정리가 쉽게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여당과 ‘재정건전성’ 사수 놓고 전쟁을 벌이면서 인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작년 네번의 추경과 각종 코로나 관련 대책을 쏟아내면서 고생한 과장급들을 위한 보상으로 대대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경제 반등 모멘텀의 원년"을 선언한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업무 능률이 극대화 된 기존 조직을 흔드는 대규모 인사는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설연휴 이후 과장급 인사를 발표할 방침이다. 인사폭에 대해서는 조율 중에 있지만, 2월 인사에서는 총괄과장 등 주요 보직자를 교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과장급 인사는 올해 2~3회에 걸쳐 나눠서 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는 인사를 앞두고 진행되며, 115개의 과장급 자리에 몇 명이 이동하는 등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코로나19의 상황도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서는 복도 통신(소문)이 무성한 상태다. 가장 대세론으로 꼽히는 소문은 이른바 ‘스테이(Stay·남다) 인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시적으로 극복되는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주요 보직자를 연임시키는 등 인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번 중기벤처부, 문화체육관광부 개각에서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이른바 경제팀이 유임된 점도, 기재부의 스테이 인사 가능성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후 국제기구 파견이나 교육 연수 대상자들이 출국 시기가 됐을 때, 나눠 인사를 추가적으로 하게되는 셈이다. 그간 대규모 과장급 인사는 국실 총괄, 차석, 삼석 과장이 세트로 움직이면서 인사적체 해소와 신진 인사 발탁이 이뤄지는 대규모 ‘잡 마켓(job market)’ 역할을 했다. 총괄과장의 인사가 늦어지면서, 차석과 삼석 등의 인사도 줄줄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사를 암시하는 수요조사 공지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사와 관련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그간 해외 국제기구 파견이나 교육 연수 대상자들은 2월 정기인사에서 자리를 내놓고,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이후 임지(任地)로 가는 것이 관례였다. 총괄 과장이 비운 자리는 각 국의 차석 과장들로 채워진다. 총괄과장들이 파견 근무 이전에 준비 기간을 거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런 준비 기간이 불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총괄 과장들의 인사를 최대한 늦추고 파견이나 연수 등이 확정된 후에야 인사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새로운 자리를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과장들도 인사가 늦어질 경우, 마냥 대기해야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기존 해외파견자들도 복귀를 해야하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눈치를 보는 불편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불만을 감안해, 2월 인사에서 추경과 관련한 과장들만 남긴 채, 인사폭을 다소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과장급들의 이동이 적어, 예년과 같은 대대적인 교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 과장급 정기인사에서는 115개 과장 직위 중 68개(59%)가 새주인을 찾았다. 2019년에는 과장급 106개 보직 가운데 79개(74%) 보직이 교체됐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경우, 과거 다른 부처 장관이나 차관을 많이 배출하면서 인사 적체를 해결해왔다"며 "다만 이번 정부 들어서 윗선이 갈 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대부분 인사를 내부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기재부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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