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화학, 배터리 없지만 年 2000억 투자해 '바이오' 집중 육성한다
LG화학 "바이오 R&D 인력 늘리고 신약개발 속도"
생명과학사업본부, 올해 바이오 분야 집중 투자
LG화학이 배터리사업 부문 물적분할 후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올해 2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당뇨·대사, 항암·면역 등 신약개발에 속도를 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다.
10일 LG그룹에 따르면 올해 LG화학 신약개발 사업의 주축인 생명과학사업본부의 투자액은 약 2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는 연구개발(R&D) 인력도 확대·채용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미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양사 합병은 LG그룹 차원의 바이오 사업 육성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LG화학은 배터리 부문 분사(LG에너지솔루션)를 계기로 그동안 투자에서 후순위였던 바이오산업 분야 투자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LG화학은 4개였던 사업본부 체계에서 현재 석유화학사업본부, 첨단소재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등 3개 사업본부 체계로 변경됐다.
이런 행보의 중심에는 손지웅 사장(생명과학사업본부장)이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지웅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손 사장은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전문의, 의대 교수, 글로벌 제약회사 주요 직책 등을 경험한 의약 사업 분야 전문가다. 2017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맡은 후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확대 등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생명과학사업본부 수익성도 개선됐다.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본부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6614억원, 영업이익은 5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44.6% 증가했다.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본부 인력 및 투자 확대는 신약개발에 거는 LG그룹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재 LG생명과학사업본부 전체인원은 1800여명으로, 이 중 R&D 인원은 460여명이다. 전체 인력 중 약 25%가 연구개발 인력에 집중됐다. 인력도 급증했다. 생명과학사업본부 R&D 인원은 2016년 330여명(LG생명과학이 LG화학으로 흡수합병 전)에서 올해 기준 460여명으로 4년 만에 약 40% 증가했다.
LG화학은 올해도 연구인력을 늘린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R&D 인원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미국 보스턴에서 문을 연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LG Chem Life Sciences Innovation Center)’에는 10여명의 인원이 중개의학 및 현지 오픈이노베이션 기능 등을 담당하고, 자체개발 파이프라인 미국 현지 임상을 관리하고 있다. 센터 R&D 인력도 늘릴 예정이다.
LG화학은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40여개로 확대했다. 합병전 10여개에 불과했던 파이프라인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는 핵심 파이프라인인 대사질환 후보물질과 항암 및 면역질환 세포치료제 등 임상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2분기 내 ‘동일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 in Class)’을 목표로 개발 중인 통풍 치료제의 임상 2상을 종료할 계획이다.
미국 FDA로부터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유전성 비만 치료제는 내년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 신약도 내년 임상 1상 종료가 목표다. 항암 및 면역질환 분야에서는 카티(CAR-T) 등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LG생명과학) 합병 후 지난 4년간 약 6000억원의 R&D 투자와 전방위적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과제를 40여개로 대폭 확대했다"며 "미국 임상과제 지속 확대로 신약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 신약을 지속 출시할 기반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LG화학이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면서, 삼성·SK와 같은 바이오 강자로 올라설지 주목한다. 아직 삼성, SK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및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SK그룹은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등을 백신 및 신약, CMO를 통한 성과물을 내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국내 당뇨병 치료신약 1호인 제미글로 이후, 이렇다 할 신약 개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장기간 많은 돈을 써야 성과를 볼 수 있어, 재무적 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SK와 같은 자본력과 제조 능력을 가진 대기업이 바이오 분야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국가 바이오산업 성장에 있어 고무적인 행보다"라며 "LG는 LG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바이오 분야 성과물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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