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고인' 김기춘·조윤선..김은경 변명도 닮았다
9일 법정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판박이다. 둘 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내치려고 사표를 종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과 일하려 했다고 항변했으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닮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전 정권 때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억지로 사표를 받아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한국환경공단 임원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김 전 장관은 표적감사를 벌이고, 임원실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처럼 겁박해 사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외에 청와대가 점 찍은 내정자를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서류·면접평가 점수 조작을 지시한 혐의, 내정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심사 지원자들을 전원 탈락 처리한 혐의, 심사에 관여한 공무원을 질책하며 좌천시킨 혐의 등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선거로 민주적인 정당성을 획득한 정부가 새 정책을 수행할 사람을 발굴하고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막는다면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변호했다. 김 전 장관도 "전체적으로 환경부의 역할을 가장 잘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왔을 뿐"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억지 사표를 제출한 임원들, 청와대 내정자를 골라내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 결론이 정해진 것도 모르고 임원 지원서를 냈던 지원자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200명이 넘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쁜 사람'으로 알려진 노태강 주 스위스 대사(전 문체부 2차관)도 사표 압력을 받고 쫓겨나듯 문체부를 나왔다. 사건 당시 노 대사는 문체부 체육국장으로,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벌인 일이 있었다. 감사보고서에 최서원씨(옛 이름 최순실씨)와 그 측근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불리한 내용을 적었는데, 박 전 전무가 보고서 내용을 미리 알고 노 대사 측에 "두고 보자"며 항의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유진룡 전 장관을 직접 불러 "참 나쁜 사람이라더라"라며 인사조치를 지시했고, 유 전 장관은 노 대사를 좌천시키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으려 했다. 그러나 인사 압력은 계속됐고 결국 노 대사는 면직 처리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억지 사표를 냈던 문체부 1급 공무원은 법정에서 "버텨달라는 후배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으로 생각해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블랙리스트 운영에 관여했던 공무원들도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들은 윗선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정부 지원 명단에서 골라내는 작업을 수행했다. 예술인들에게 정부지원이 끊긴다는 것은 생계가 끊긴다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법정에서 흐느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된 당일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예상 못한 판결로 법리적용과 관련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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