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후손도 '줌' 켜고 랜선 차례..컴퓨터 향해 절한다

임소연 기자 2021. 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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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몹쓸 전염병을 피하는 게 효도다.' 해마다 설이면 종손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종갓집도 올해만큼은 가족들의 방문을 말렸다.

'5인 이상 모임' 금지하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제 건강과 부모 건강을 지키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경북 칠곡군 종갓집 종손 이병구씨(68)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족들의 당부와 정부의 귀성 자제 지침으로 이번 설 연휴 교통 통행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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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설 대이동은 없다]종갓집도 올해 설 차례는 간소화, "몸 건강한 게 효도"
지난달 20일 퇴계 이황 선생의 후학들이 관(冠)을 쓰고, 컴퓨터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사진=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제공


#지난달 20일 머리가 희끗희끗한 퇴계 이황 선생의 후학들이 관(冠)을쓰고, 컴퓨터를 향해 절을 했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자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온라인으로 지냈다. 평소 같으면 종택의 앞마당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지만 올해는 인터넷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에서 모였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 대동계는 올해 도배례(都拜禮)를 쉰다. 1577년부터 430년 동안 대동계는 설 다음 날 온 주민이 모여 어른께 세배하고, 윷놀이했다. 지난해 설에도 200여명이 모였다. 도배례를 쉬는 건 6·25전쟁 직후와 마을에 구제역이 퍼졌던 2011년뿐이다.

‘지금은 몹쓸 전염병을 피하는 게 효도다.’ 해마다 설이면 종손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종갓집도 올해만큼은 가족들의 방문을 말렸다. ‘5인 이상 모임’ 금지하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제 건강과 부모 건강을 지키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노트북 화면 속 신주에 절을 올리고, 화상통화로 손녀의 세배를 받는 게 생소하지만 형식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76)은 "조선시대에도 돌림병이 돌 때는 차례나 제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식혜·수정과 테이크아웃..."하늘이 가족 모이는 것을 말리니 어쩌겠는가"
지난해 설 강릉 대동계의 '도배례' 행사/사진=엄명석 대동계 총무 제공

경북 칠곡군 종갓집 종손 이병구씨(68)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추석 때 가족 6~7명이 와 음복도 도시락으로 대체했는데 올 설날엔 식혜나 수정과를 '테이크아웃'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씨는 "코로나 역병으로 가족 관계가 단절되고 있다"면서도 "하늘이 모이는 것을 말리니 손녀와 화상통화로 아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강릉 대동계는 430년의 역사 동안 몇 안 되는 도배례 취소를 올해 결정했다. 마을에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르신이 많은 것을 고려했다. 엄명석 대동계 총무는 "아쉽긴 건강이 우선"이라며 “자식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부모 된 도리에선 누구든 그리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의 예안 이씨 참판댁 종손 이득선씨(79)도 "옛날 같으면 자식들이 '내가 병에 걸리더라도 부모님은 봬야지' 했으나 지금은 부모를 걱정해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이씨의 다섯 자녀 부부들은 따로따로 고향집에 오기로 했다. 한 번에 모이면 28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다. 이씨는 "코로나가 천륜끼리도 못 만나게 하니 안타깝다"면서도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정부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정부의 지침 떠나 코로나 상황에서 부모 찾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
지난달 20일 퇴계 이황 선생 불천위 제사를 위해 노트북 줌(Zoom) 화면에 신주를 띄워놨다/사진=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제공
지난달 20일 퇴계 이황 선생 불천위 제사를 위해 노트북 줌(Zoom)으로 후학들이 모였다/사진=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제공

김병일 원장은 효도의 출발은 부모가 준 몸을 잘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시대도 돌림병이 돌면 제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며 ”정부의 지침을 떠나서 (전염병이 있는데) 자식이 부모를 찾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얼굴을 직접 못 본다고 해서 효도하는 마음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며 "집에 갈 수 없을 때 온라인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부모님에게 영상전화, 문자, 메일, 카카오톡으로 연락해도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종갓집도 ‘5인 이상 모임’이 지속되는 것은 걱정이다. 석담 선생의 종손 이병구씨는 2월 중순 예정된 집안의 ‘불천위 제사’가 고민이다. 설날 차례와 달리 제관이 최소 12명 필요해서다. 빨리 코로나가 가라앉아 예전처럼 가족이 모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족들의 당부와 정부의 귀성 자제 지침으로 이번 설 연휴 교통 통행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예상 이동량은 하루 평균 43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32.6%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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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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