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기 화장품 국내 유통업체 공급 끊은 '로레알'

최민지 기자 2021. 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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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인수 후 7개월째 '세이어스' 제품 유통 안 돼
수입업체 LNC "국내 독점판매권 빼앗으려는 의도"
로레알 "구매 주문 받은 적도, 주문 거절한 적도 없어"

[경향신문]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국내 수입업체를 상대로 7개월 이상 제품 공급을 끊으면서 해당 업체가 문 닫기 직전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 수입업체 측은 로레알이 국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자신들을 밀어내고 인기 제품 유통을 독식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로레알 측은 “구매 주문을 받은 적도, 주문을 거절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세이어스 내추럴 레미디스’의 대표 제품인 위치하젤 페이셜 토너. /세이어스 공식 홈페이지

국내 화장품 수입업체인 엘엔씨(LNC)컴퍼니는 2011년부터 미국 화장품 제조사 헨리 세이어스 컴퍼니의 브랜드 ‘세이어스 내추럴 레메디스’(세이어스)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해왔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2년 6월까지다.

세이어스는 뛰어난 가성비로 입소문이 나면서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세이어스는 LNC가 유통을 맡기 전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낮았다. 국내 뷰티 유튜버들이 해당 제품을 소개하면서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잘 팔리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해 6월 로레알그룹이 세이어스를 4억달러(약 4400억원)에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매각을 추진 중이던 세이어스 측은 ‘그간 LNC가 불량품이 나왔다며 보상을 요구한 수억원 상당에 대해 처리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며 LNC가 보유한 국내 세이어스 상표권을 넘겨달라고 했다. 수입 초기인 2012년 국내 상표권을 등록해둔 LNC는 이를 거절했다. 조희령 LNC 이사는 “불량 제품과 상표권은 전혀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넘길 경우 로레알이 자사 한국법인을 통해 세이어스를 유통시킬 것이 우려돼 거절했다”고 말했다. 로레알 측은 LNC 측의 일방 통보만으로 1년 단위 연장이 가능한 내용의 기존 계약 대신 새로운 계약서를 쓰자는 제안도 했지만 흐지부지됐고, 이후 제품 공급이 끊겼다.

LNC 측은 자신들이 상표권을 가진 이상 로레알이 세이어스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전 세계 세이어스 판매량 중 15%가 국내에서 팔린다”면서 “글로벌 기업인 로레알이 소규모 회사인 우리가 스스로 쓰러지도록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로레알 측은 LNC에 대한 의도적인 제품 공급 중단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레알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지난해 7월 세이어스 인수 완료 이후 로레알은 LNC로부터 제품 주문을 받은 적도, 이를 거부한 적도 없다”며 “본 사안에 대한 솔루션(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는 현재 진행 중이며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세이어스 상표권 출원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 이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LNC와 미국 내 중개업체 관계자가 주고받은 e메일에는 “세이어스가 귀사(LNC)의 주문을 받았지만 주문 진행을 위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솔직히 말하면 귀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 이사는 “지난 10년간 이 제품을 수입 판매해 월 3억~4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지난 7개월간 물건을 팔지 못해 최소 2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국내 유통망에 납품이 어려워지면서 계약 위반에 따른 각종 페널티도 물게 됐다. 직원 15명 중 5명이 최근 퇴사했고, 또 다른 직원 6명은 권고사직을 앞두고 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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