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쟁점은 안전성 아닌 효과 통계적으로 증명할 숫자
정부가 이달 24일부터 순차 도입해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하기로 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과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성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접종자 수를 확보한 임상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탓이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의약품청(EMA), 인도, 이라크, 태국 등 30여개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이 시작된 국가에서도 안전성에서 고령자와 젊은 성인 사이 특별히 다른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달 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보다 앞서서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에서도 안전성의 이슈가 특별히 부각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런 면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효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에서 18세 이상 성인 전체에 대해서는 62~70%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65세 이상을 놓고 분석했을 때는 통계적인 유의성을 가진 숫자가 되지 못하는 점이 문제가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참가자 중 65세 이상은 10% 미만이다. 화이자는 21%, 모더나는 25%를 기록한 데 비해 낮다. 최 교수는 “65세 이상만을 따로 놓고 분석했을 때 다른 백신 임상연구에 비해 고령자가 포함된 숫자가 적어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숫자가 되진 못한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11월까지의 자료를 놓고 판단하면 발생하는 건수가 워낙 작았기 때문에 아예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12월 정도까지 수집된 자료로는 백신 접종한 군이 다른 대조군에 비해서 발생 건수가 더 적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은 아니나 효과는 보였다는 분석이다.
세부 집단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고령층은 젊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지게 하는 면역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에 젊은 사람에 비해 분명히 충분한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못하고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수 있다”며 “이 집단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통계적인 유의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중인 영국은 고령층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지속해 내놓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말 세계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했다. 영국은 5일에도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지난달 24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700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65살 이상 고령층에서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를 뒷받침할 고령층 효과와 관련한 구체적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영국의 접종자 대부분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점도 문제다.
최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확보가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다"며 "발생 건수가 적었기 때문에 그것을 분석하기 어려웠던 것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그 수집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고 또 후속 진행하고 있는 임상연구가 있기 때문에 이 데이터의 확인이 가능하면 그 또한 이 결과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고민해야 되는 건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줄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백신을 고령자에 대해서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에 대한 부분"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 또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백신, 이런 종합적인 것들을 판단해야 되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자 효과에 대한 정부의 결론은 10일 내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최종점검위원회를 개최한다. 방역당국은 영국으로부터 효과에 대한 자료를 일부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영국당국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을 통해 영국에서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들은 요청해서 일부 아마 확보한 것으로는 알고 있다”며 “다양한 자료들과 논문들, 추가적인 정보들을 받아서 분석을 내부적으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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