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화웨이 출신도 짐 싼다.. 中, 코로나發 '35세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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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사는 36세 여성 탕잉은 요즘 불면증이 심해졌다.
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발간된 중국 국무원 보고서를 인용해 "바이러스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에 해고된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3분의2가 9월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에서 35세 정도에 퇴사하면 절반 넘게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SCM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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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만 매년 1000만명.. 정부도 묵인
작년 3월 해고 노동자 3분의2 장기실업
대학원 학위·대기업 경력도 '무용지물'
교육비 등 지출은 많아 저소득층 전락
[서울신문]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사는 36세 여성 탕잉은 요즘 불면증이 심해졌다. 조만간 회사가 자신을 쫓아낼 것으로 생각해서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고객 서비스 담당으로 일한 탕은 지난해 이혼하고 폐결핵까지 앓았다.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그에게 회사는 전에 시키지 않던 허드렛일을 맡겼다. 탕은 ‘35세 정년’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그는 “조직이 나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나이가 많아 이직도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회사의 모욕에도) 이 일을 참고 계속하는 것뿐”이라고 울먹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중국에서 ‘35번째 생일’이 축복이 아닌 저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35세 이상 인력을 뽑지 않거나 퇴사시키는 관행이 심해져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를 ‘35세 현상’ 혹은 ‘35세 위기’로 부른다.
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발간된 중국 국무원 보고서를 인용해 “바이러스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에 해고된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3분의2가 9월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6개월 이상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영구적 실업에 가까워진 ‘장기실업 상태’로 분류한다.
중국에서 35~40세면 대부분 주택담보 대출을 갚고 자녀 교육비로 큰돈을 쓴다. 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에서 35세 정도에 퇴사하면 절반 넘게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SCMP는 지적했다. 한국의 조기 퇴직 현상을 자조하는 ‘사오정·오륙도’(45세가 정년, 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 문화는 중국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연령 차별은 불법이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뽑는 공무원 응시 연령은 35세가 상한이다. 민간기업도 이를 준용해 암묵적 규칙으로 따른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해마다 1000만명 가까운 대졸자가 쏟아진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여서 정부가 ‘35세 현상’을 묵인하는 측면도 있다.
이 문화는 과로를 당연시하는 IT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35세 이상 개발자를 ‘996’(중국의 과로 문화)에 부적합한 ‘노인’으로 간주한다. IT 거인 화웨이에서 일하던 짐 양(38)은 3년 전 ‘35세 정년’에 걸려 회사를 나온 뒤 어렵사리 중소 로봇업체에 재취업했다. 양은 “대학원 학위나 좋은 직장에서의 업무 경험도 ‘35세 위기’를 막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화웨이에서 나온 35세 이상 친구들 가운데 40%는 다시 직장을 구해 낮은 급여에도 그럭저럭 괜찮게 지낸다. 하지만 나머지 60%는 일자리가 없어 주식 투자로 전전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혼을 하는 등 운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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