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아버지 "맞으며 운동하지 않게 힘 보태고 싶어요"

이준희 2021. 2.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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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현이 나잇대 애들이 지나가면 가슴이 퍽 내려앉아요. 숙현이 죽은 거 아니다. 캐나다나 저기 미국 가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

지난달 12일 경북 칠곡에서 만난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7)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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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사건 그후][최숙현 사건 그 후]
"이렇게 파장이 큰 녹취록인데
왜 더 많은 증거만 요구했을까"
"운동 현장 달라진 것 없어..
스포츠 인권 운동에 힘 보태고 파"
지난달 12일 최영희씨가 경북 칠곡 자택에서 최숙현 선수가 받았던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이준희 기자

“숙현이 나잇대 애들이 지나가면 가슴이 퍽 내려앉아요. 숙현이 죽은 거 아니다. 캐나다나 저기 미국 가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

지난달 12일 경북 칠곡에서 만난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7)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숙현이가 떠나간 지 반년이 넘었지만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저 자식 잘되는 것이 즐거움이었던 평범한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얼마 전 아내는 “나도 숙현이를 따라가겠다”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덜컥 겁이 났다. 부부는 정신과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다가오는 설을 어찌 보낼지 한숨뿐이다. “숙현이 보러 납골당에 갈 생각인데…. 코로나 때문에 온 가족이 가기도 어려워요.”

최씨는 집에 숙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각종 상장과 메달을 뒀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수상하던 날의 사진도 있다. 수영장도 없던 칠곡 왜관에서 꿈을 키운 숙현이가 처음 신문에 나던 날이었다. “칠곡에서 숙현이 이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하도 상 받았다는 플래카드가 많이 붙었으니까.”

2015년 7월 트라이애슬론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된 17살 최숙현 선수와 지인들의 모습. 칠곡군 기산면 제공

최씨는 후회와 아쉬움 속에 산다. 운동을 그만두겠다던 그때 말리지 말걸. 그렇게 맞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2015년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된 날, 숙현이는 “바쁜 농사일을 제쳐놓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부모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말하지 못한 건 아닐까. 아버지는 속이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

세상에 대한 울분도 여전하다. “이렇게 파장이 큰 녹취록인데, 이것 하나로도 이렇게 난리가 나는데. 왜 더 많은 증거만 요구했을까요.” 하루에도 수백번씩 드는 물음이었다. 가해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지만, 그는 같은 질문과 매일 싸우고 있다.

모든 재판이 끝나면, 최씨는 스포츠 인권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은 달라진 게 없어요. 도와주던 애들은 쫓겨나고, 상처받고…. 힘을 보태고 싶어요. 더는 숙현이처럼 맞으면서 운동하는 일은 없어야죠.” 그는 여전히 자식 잃은 부모가 투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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