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관영언론 꼬리표 떼기 1년, 정치적 독립 '시험대'

김효실 2021. 2.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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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독립법인화 1주년' 현주소]

대표이사 뽑을 때 시민평가 도입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 등 변화
'김어준 방송'이 전체인양 과포장
야당 공세로 정치 쟁점화되며 논란
상업광고 불허 경제적 독립 못해
시민후원제 등 재정자립 숙제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티비에스>(TBS)가 범야권 예비후보들과 언론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오는 17일이면 독립법인화 1주년을 맞는 티비에스의 정치적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tbs)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티비에스)로 홀로서기에 나선 지 1년. <한겨레>는 최근 티비에스 임원·시청자위원, 서울시의원, 언론학자 등 티비에스 안팎에서 독립법인화 전후 티비에스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이들은 티비에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티비에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선언 수준에 그치는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런 논란을 정쟁으로 소모하는 대신, 공영언론으로서 티비에스가 품은 과제를 선거라는 공론장에서 함께 논의할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정치적 독립 제도화 성과

단적으로 ‘서울시장이 되면 티비에스 예산을 깎고 이사장·대표이사 임면권을 포기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티비에스 독립사(史)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1990년 서울시 교통본부 소속 사업소로 설립된 티비에스의 재단법인화 시도는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4년 ‘시장 방침’으로 처음 시작했다. “관영방송이기 때문에 서울시 혹은 시장에 종속된 구조로 변질할 우려”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2016년 ‘티비에스 교통방송재단(가칭)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 중)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각종 타당성 조사와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2019년 7월 티비에스의 설립 목적 확대 및 정치적 독립을 뼈대로 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같은 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티비에스를 시 사업소에서 분리해 법인화하는 변경 허가를 의결했다. 서울시는 초대 티비에스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 시 출연기관 최초로 시민평가를 도입·반영했다. 행정기관 종속성을 낮추고 시민 곁으로 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만 30년이 걸린 셈이다. 이강택 티비에스 대표이사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서울시에 대한 자율성은 증대해왔지만 실제 제도로는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단 출범 후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서울시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 보다 명료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석이던 재단 이사장에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를 임명하자,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알박기’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 독립성 증대의 결과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티비에스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인 황규복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는 선임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 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이사장 유고 상태를 끝내고자 후임 이사장을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 유의미한 실험 잇따르지만…재정 자립 필요

아직 시민 다수가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조직 차원에서 유의미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티비에스는 시청자위원, 경영자문위원 구성의 다양성에 신경 쓴다. 마을공동체 미디어들이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시민 참여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방송가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을 버리고 노동자성이 높은 상시·지속 업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일도 주목받았다. 이러한 시도는 ‘막내 작가’와의 표준근로계약서 체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택 대표이사는 “큰 원칙은 작가의 경우 프리랜서와 근로계약을 선택할 수 있게 하되, 노동자성이 강한 경우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한다는 것”이라며 “프리랜서 작가의 경우도 계약 해지에 앞서 사전 통보하는 등 최소한의 고용 안전성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진전을 이루고자 한다”고 답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티비에스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한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김어준씨가 ‘대구 사태’ ‘집도 없으면서’ ‘배후설’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시청자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의 공약은 방송의 편성·제작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방송법 위반이자 제작자 ‘위축 효과’를 낳는 자율성 위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정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게 문제가 된다면, 단지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재원을 다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티비에스의 법인화를 허가할 때, 협찬·캠페인을 제외한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아 ‘반쪽 독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서울시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거나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으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후원제 도입 등 경제적 자립을 높일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강택 대표이사는 “재단 출범 전보다 재정 자립도가 약 4% 올랐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해 성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별다른 제한이 없는 유튜브, 팟캐스트 등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시민후원제가 바람직한 재원 조달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에 이와 관련한 사례가 없어서 행정안전부의 해석을 구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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