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 직접고용, 왜 더딜까요

콜센터 노동자들 파업 9일째 이어가
"정부방침 자의적 해석 4년째 미적"
공단 "협력업체 독립성 있어 늦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1일 강원도 원주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총파업 집회에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9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의 집계를 보면, 전국 12개 고객센터에서 건보공단과 도급계약을 맺은 11개 민간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콜센터 노동자 1600여명 가운데 9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보공단 쪽은 “현재 파업에 나서지 않은 직원 700명과 본사 직원들이 업무를 나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건보공단 콜센터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직접고용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공단 쪽이 정부 방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4년째 직접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3단계로 시기 등을 나눠 직접고용을 추진했다. 1단계에는 기간제와 파견,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노동자, 2단계에는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소속 노동자, 3단계에는 민간위탁기관 소속 노동자가 해당한다. 공공부문 콜센터 노동자 상당수는 1단계에 포함됐고, 국민연금공단(387명)과 근로복지공단(342명)은 2019년 콜센터를 직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유독 건보공단 콜센터만 직접고용 논의 진행이 더뎠다. 정부가 “개별 기관마다 고용형태 등 사안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3단계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등과 달리 콜센터 노동자들을 1단계에 속하는 용역업체 소속이 아니라 3단계에 속하는 민간위탁기관 소속으로 해석했다.

노조는 건보공단의 해석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 1단계 직접고용 대상인 용역 업무의 경우 ‘계약명칭과 관계없이, 용역 계약시 공공기관에서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채용하여야 할 근로자 수를 정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들이 소속된 협력업체의 경우 이 정의에 해당한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아울러 1단계 직접고용 대상에는 ‘장소 및 시설 등을 공공기관이 제공하고, 용역업체는 근로자만 관리하는 경우’도 정의했는데, 이 또한 건보공단 콜센터에 해당한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일반적으로 민간위탁은 작업공간과 작업과정이 본사와 분리된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보공단 콜센터의 경우 건강정보와 금융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다 건보공단 본사와의 업무 연계도도 높아 외주 상태로 남겨두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건보공단 콜센터는 조직 핵심 고유의 업무에 해당한다. 외주화했던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쪽은 콜센터를 3단계 ‘민간위탁’으로 해석한 이유에 대해 “협력업체의 독립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민간위탁에 대한 협의 기구를 열어 (직접고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