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코로나 이후 자사주 취득 늘렸다
공시 당 취득규모, 1년만에 2배 늘어
"저평가돼, 수익성과 현금비율 높아"
"소형주·한계기업도..평가 신중해야"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크게 늘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코로나 사태 후 급증한 만큼 분별해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와 자사주 취득 결정요인 및 취득 적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자사주 취득 완화조치가 시행된 뒤 2주 만에 자사주 취득 공시는 총 266건으로 집계됐다.
자기주식 취득이 실질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자사주 취득 건수가 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규제완화 조치 시행 첫날에만 26건에 달했다.
금액 측면에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간 자사주 직접취득 공시 167건에 대한 총 취득예정 주식수는 1억7500만주다. 이는 전년 공시 규모를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
공시 당 평균 취득규모도 2019년 53만주에서 2020년 105만주로 2배 가량 늘었다. 간접취득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3개월 간 23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158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총 2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다 정부의 자사주 매입 한도 완화조치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3월13일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 시 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 단시간에 대량 매수주문이 집중되면 주식시장에 급격한 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 유지를 위해 하루 매수주문량을 제한했다. 자사주 취득 완화 조치는 상장기업이 하루에 자기주식을 매수주문할 수 있는 수량 한도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도를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신고 주식 전체나 신탁재산 총액으로 확대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취득은 기업 주식이 저평가됐을 때 이뤄진다.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낮게 형성됐을 때 외부투자자에게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게다가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여력이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기업 규모와 성장성도 자사주 취득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자본연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은 미취득한 기업보다 수익성과 현금비율이 높았다.
강소현 자본연 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기업은 PBR(시장-장부가비율)이 낮은 저평가주이며 총부채자본비율이 낮아 재무구조가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평가된 기업이 여유자금을 자사주 취득에 활용한다는 뜻"이라며 "경영진이 기업의 저평가를 외부투자자에게 알리고 주가상승을 통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며 경영자가 여유자금을 남용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자사주 취득을 단순히 저평가 신호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영향 기간에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 중 상장 기간 1년 이하의 기업이 21개 존재하며 자사주 취업기득 중 12.9%에 해당하는 44개 기업은 시총 규모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형주였다"며 "자사주 취득기업 10개 중 1개사는 순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취득에 활용된 자금은 아무런 대가없이 무상으로 주어진 게 아니다.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 고용을 기회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경제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에 대한 평가는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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