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이번엔 '코드 인사' 논란.. 판사들 "무원칙 인사 해명해야"

이현주 2021. 2. 1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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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조국 전 장관 사건 재판부 유임
'서울중앙지법 근무연한 3년' 인사 원칙 깨지자
"원칙 없는 이례적 인사" 판사들 비판·불만 커져
'탄핵 언급' '거짓해명' 파문 이어 엎친데 덮친격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 눈치 보기’ 등 사태로 위기에 빠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코드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법관 정기인사에서 ‘사법농단’ 사태 등 특정 사건 재판부 판사들만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 근무연한(3년)을 초과해 유임되는 결과가 나오자, ‘원칙 없는 인사’라는 불만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정치권 움직임과 ‘탄핵’을 언급한 데다, 이와 관련해 거짓 해명까지 내놓아 사퇴 압박을 받는 김 대법원장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9일 복수의 현직 판사들 발언을 종합하면, 지난 3일 단행된 부장판사 이하 법관 인사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의 윤종섭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이 통상 관행과는 달리 또다시 유임됐다는 점이다. 윤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6년째 잔류하게 됐고, 배석판사 2명도 각각 4, 5년째 남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부(형사합의35부)의 박남천 부장판사 등 3명이 모두 ‘원칙대로’ 2, 3년 근무를 마치고 다른 법원으로 전보 발령을 받은 것과는 대비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1심 재판부(형사합의21부)의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임된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김 부장판사도 근무연한 3년을 채웠기 때문이다. 해당 재판부는 ‘유재수 감찰 무마’ 및 ‘조국 가족 비리’ 사건도 심리하고 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방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작년 초 인사로 윤종섭ㆍ박남천 부장판사가 잔류했을 땐, 사건기록이 방대하고 피고인들도 고위법관 출신이라는 사법농단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박 부장판사만 전보됐고, (뜻밖에도)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임되니 정확한 배경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특정 피고인과 특정 사건에 따른 인사는 재판부 독립 침해” “결국엔 ‘내 편 챙기기’ 인사”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인사와 관련한 대법원의 구체적 설명이 없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인사 원칙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과거엔 대법원이 공지를 올리거나 법원장 등을 통해 그 배경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대법원장도 지난달 28일 법원장 등 고위 법관 인사 이후, 일부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직접 띄웠다. 반면, 지법 부장판사 인사를 두고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별 법원 사무분담까지 대법원이 관여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법원 내 재판부 구성은 해당 법원장과 법원 내 자문기구인 사무분담위원회 소관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은 17일쯤 결정될 예정인데, 그때까진 해당 법관들의 재판부 이동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직 판사들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고 일축한다. 다른 재판부로 옮길 상황이라면 원칙을 훼손하면서 기존 법원에 남을 이유가 없는 데다, 사무분담위 결정이 구속력도 없는 탓이다. ‘서울중앙지법 잔류’는 해당 사건 재판을 계속 맡으라는 김명수 대법원장 메시지라는 얘기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무분담 이후에도 윤종섭ㆍ김미리 부장판사의 재판부 이동이 없으면, 김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법원장을 겨냥한 외부 공격은 이날도 계속됐다.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ㆍ행사 혐의로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업무보고와 관련, 김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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