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AR시장 변곡점 곧 온다..전세계인 삶 파고드는 플랫폼 될 것"

임영신 2021. 2.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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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스랩 정진욱 대표·이진욱 CTO 인터뷰
이진욱 前삼성전자 AI연구소장
CTO 영입..기술 고도화 추진
국내 대표 AR플랫폼 'AR기어'
커머스 등 다양한 산업 결합땐
가상피팅·공연, 뉴노멀로 부상
이진욱 CTO, 정진욱 대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줌(zoom) 등을 활용한 영상회의가 하루의 일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앞으로 '메타버스(metaverse)'가 우리 삶에 파고들 것이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사진)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화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다. 단순한 가상세계를 넘어 증강현실(AR) 등 가상융합현실(XR) 기술들이 결합된 공간이다. 시어스랩의 핵심 상품 중 하나는 메타버스에 필요한 AR엔진이다. AR엔진이란 구글이나 애플처럼 AR콘텐츠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을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AR엔진에 구글의 AR코어, 애플의 AR키트가 있다면 한국엔 시어스랩의 토종 'AR기어'가 있다. 국내 통신사를 비롯해 삼성, LG, 우아한형제 등 상당 수 기업들이 시어스랩과 손잡고 AR서비스를 하고 있다. AR기어의 강점은 국내외 기업들을 위해 맞춤형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서 소개한 멀티뷰 영상과 AR로 경기장에 가상 인물을 띄우는 서비스 등은 한국에선 국내 통신사와 시어스랩이 이미 시도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한국이 다양한 AR서비스를 먼저 선보였지만 미국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AR서비스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AR이 다양한 산업과 본격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AR을 활용한 가상피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피팅의 핵심인 위치 정확도를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시어스랩은 눈·코·입·미간 등 얼굴의 세세한 부분을 정확하게 추적하는 '페이스(face) AI 카메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AI가 스마트폰에 비친 얼굴을 분석해 정확한 위치에 안경을 씌워주고, 얼굴을 돌릴 때마다 다른 스타일의 안경을 추천하고 착용해주는 서비스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 대표는 "이 분야에 매우 특화된 인도 업체 렌즈카트(Lenskart)에 못지않을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시어스랩의 가상융합현실(XR)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팬박스' [사진제공 = 시어스랩]
실시간 XR 라이브도 올해 공연계의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어스랩은 아티스트가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 공연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인 '팬박스(FANBOX)'를 개발했다.

아티스트가 연습실 등 빈 공간에서 팬박스를 활용해 클릭 몇번이면 가상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배경을 서울 경복궁이나 프랑스 파리로 바꾸거나 아기자기한 꽃길을 만들 수 있다. 형형색색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거나 꽃가루를 흩날리고, 백댄서처럼 로봇을 등장시키는 등 다채로운 공연 효과를 줄 수 있다. 관객들은 이런 가상 공연을 안방 쇼파에 앉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메시지를 띄우는 등 실시간 채팅이나 투표 등 양방향 소통도 가능하다. AR과 VR 등 XR기술이 총망라된 플랫폼 서비스다. 정 대표는 "공연, 뮤지컬, 컨퍼런스 다양한 장르에서 초실감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시어스랩은 AI '특급 인재'를 영입했다. 이진욱 전 삼성전자 디지털가전사업부 AI연구소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스카우트한 것. 정 대표는 "삼고초려 끝에 이 CTO를 모셔왔다"며 웃었다. 정 대표는 이 CTO와 함께 위치기반(VPS·Visual Positioning Service)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VPS는 AR서비스에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 CTO는 "AR내비게이션이 나왔지만 이용자들이 어지러움 없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하려면 차량이나 걸음 속도에 맞춰 AR콘텐츠를 최적화된 타이밍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센서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이 융합돼야 하는 만큼 대기업 등과 협업하면서 AR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목표는 AR 기어를 더 확장해 전 세계 개발자들이 특정 기능이나 기기의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스 AR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시어스랩은 국내 대표 AI기업이 모여있는 지능정보산업협회(AIIA)의 회원사다.

정 대표와 이 CTO는 애플이 AR글라스를 출시하는 시점에 AR시장이 큰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AR의 진가가 발휘되려면 양손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AR글라스가 나오면 AR를 일상에서 매일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을 비롯해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AR글라스를 앞다퉈 준비하고 있는 것만 봐도 AR는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 CTO는 "AR글라스를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어스랩의 AR 기어가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R&D)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올 하반기에 AR글라스를 내놓는다. 애플은 내년 VR 헤드셋을 먼저 내놓은 뒤 AR글라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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