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일본과 손잡고 反中연합 선봉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가 반중(反中) 미국·일본 연합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미·일 정부는 TSMC를 지원하면서 5G(5세대) 통신·인공지능·자율주행차·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의 싹을 자르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미·일 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TSMC 중심 미·일·대만 연합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TSMC가 일본 도쿄 인근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1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개발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일본 정부와 최종 조율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파운드리 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에서만 반도체를 생산해온 TSMC는 최근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1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첫 해외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일본에도 진출한 것이다. 인텔·애플·퀄컴 등 핵심 고객사가 몰려 있는 미국과 반도체 소재·장비 선진국인 일본에 각각 거점을 마련하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는 전략이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3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정부는 대만 회사인 TSMC를 지원하면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TSMC 애리조나 공장에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TSMC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약속하며 유치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를 앞세운 미·일·대만 연합이 앞으로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TSMC는 지난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중국 수출이 72%나 급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우군인 셈이다. 지난 6일 열린 미국·대만 고위급 경제 회담에는 TSMC와 미디어텍 등 대만 반도체 기업 임원 1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가 중국 기업의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기술과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 내 공장이 생긴 TSMC와의 협력이 강화되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에 1조위안(약 170조원)을 쏟아부은 데 이어 올해 자국 파운드리 대표 주자인 SMIC에 5조원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다진 것이다. 특히 중국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1300여 개에 이르고,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만약 제조 능력만 뒷받침된다면 순식간에 설계부터 생산, 스마트폰 같은 전자 완제품까지 ‘완전 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반도체 공정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인력 유출 우려도
한국 업체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충칭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미·일·대만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 편을 들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미·일·대만 연합이 공고해지면서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경쟁 구도에서 급격히 밀리는 것은 물론 중국 업체에 인력과 기술을 빼앗기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로 TSMC(5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닛케이는 지난 8일 시작한 ‘삼성의 암투’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에서 “삼성전자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면서 “중국 SMIC 소속 연구원 가운데 62명의 한국인 이름이 확인되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의 인력 유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TSMC와 삼성전자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집중 분석했다. TSMC는 공급업체들과의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내세워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급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정부 압력에 의해 소재 국산화를 시도하면서 공급망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삼성이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설계사로부터 반도체 생산을 위탁받아 설계도대로 위탁 생산만 해주는 업체. 애플·퀄컴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은 ‘라이벌’ 삼성보다 오로지 위탁 생산만 하는 TSMC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인투기 뺨치는 광풍 몰아친 인천 米豆취인소
- 걸리버의 옷장?… 뉴욕 한복판에 뜬 초대형 루이비통 트렁크, 알고 보니
- 4살 아이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비타민 사과의 9배, 매일 골드키위 먹고 몸에 생긴 변화
- 反明 전병헌 “이재명 끝나고 3총3김 경쟁력 달라져”
- [단독] 이기흥의 대한체육회, 올림픽 메달권 36명에 살모사 든 뱀탕을 보양식으로 줬다
- [부음]박순철 울산시의회 사무처장 부친상
- 한동훈 “이재명, 피고인이 판사 겁박…최악 양형 사유”
- 내년 경주서 ‘APEC CEO 서밋’… CEO 1000명, 알파벳 b 모양 ‘엄지척' 이유는?
- 연일 완판 행진 카이스트 탈모 샴푸, 단독 구성 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