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80분간 웃겨 드립니다
비언어극 ‘플라잉’(연출 최철기) 객석에는 웃음이 흥건하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세상에서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같다. 긴 ‘집콕’으로 잃어버린 웃음을 이 공연이 되찾아준 셈이다. 일종의 균형 회복이다.
설 연휴에 실컷 웃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으로 갈 일이다. 지난 5일 개막한 ‘플라잉’은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초연해 10년간 국내외에서 90만명이 본 흥행작. 코로나 이후 ‘난타’도 ‘점프’도 중단된 비언어극 시장에서 유일하게 공연 중이다. 객석엔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대부분이다. 무대는 말 없이 몸짓으로 열리고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금방 무장이 해제된다. 장담하는데 80분 동안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라시대 도깨비가 시간의 문을 통해 현대로 도망치자 용감한 화랑이 뒤쫓는다. ‘플라잉’은 그들이 21세기 경주의 한 고교, 응원대회를 앞둔 치어리딩 팀 앞에 도착하면서 펼쳐지는 코미디다. 10년을 증명하듯 배우들의 호흡이 좋고 정확한 타이밍에 효과음을 넣어 재미를 거든다. 전직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의 기계체조와 공중곡예, 비보잉에 객석에서 탄성이 나온다. 트램펄린(탄력이 강한 매트)으로 낙하했다가 튕겨 오를 땐 역동적인 몸의 무늬를 허공에 찍는다.
반복과 변주로 웃음을 만드는 연출, 각본이 없어 더 배꼽 잡는 관객 참여, 로봇 팔과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장면도 볼거리다. 이번 공연엔 ‘포스트 손연재’로 불리던 리듬체조 전 국가대표 천송이도 출연한다. 2월 28일까지 극장용. 관람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감상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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