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재판관 된 나가미네 前 주한대사 “외교관 경험 살려 새 직무 완수하고 싶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전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8일 취임했다. 나가미네 재판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처음이지만 외교관으로서 쌓은 경험과 식견을 살려 새로운 직무를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결정 때 역할을 했던 그는 “국제법 분야에서 분쟁 해결과 관련해 일해 온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도 했다.

/고운호 기자

변호사 자격이 없는 나가미네가 재판관에 임명된 것은 고위급 외교관을 최고재판소 재판관 15명 중 한 명으로 임명하는 일본 전통 때문이다. 1946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후 외무성 조약국장(현 국제법국장) 출신인 구리야마 시게루(栗山茂)가 재판관으로 처음 임명됐다. 그 후 외교관의 재판관 기용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주로 국제법 전문가 외교관을 최고재판소에 포진시켜 국내 문제가 외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왔다. 이 때문에 이 제도는 법원이 행정부의 외교에 잘 개입하지 않는 ‘사법 자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현재 최고재판소는 판사 6명, 변호사 4명, 검사 2명, 대학교수 1명, 행정 공무원 1명, 외교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부터 약 3년간 주한 대사를 역임한 나가미네는 지난달 한국 법원이 국제법의 주권면제 원칙을 무시하고 위안부 배상 판결을 내린 후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취임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친 기능을 하는 일본 내 최고 사법기관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과거사 관련한 판결이 잇달아 나오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주한대사 출신의 나가미네를 직접 선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대 교양학부 출신인 나가미네는 1977년 외교관이 된 후 내각 법제국 참사관, 법규과장, 국제법국장을 지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있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도 일본 대사로 근무했다. 나가미네는 주한대사로 근무 당시 주요 행사에서 축사를 가급적 한국말로 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