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극도 장르인 시대.. '제인' 등 10편 쏟아져
연극 ‘제인’ ‘얼음’,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태일’, 뮤지컬 ‘쓰릴미’….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가 둘뿐인 2인극이 쏟아져 나온다. ‘오만과 편견’ 등 최근 막을 내리거나 개막을 앞둔 작품까지 합치면 10편에 육박할 정도다. 연극은 대화로 진행되고 2인극은 그 최소 단위다. 코로나로 관객이 줄어든 대학로에서 이 축소지향은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다.
브릭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제인’은 19세기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무대로 옮겼다. 여배우 두 명이 당찬 주인공 제인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을 살아낸다. 관객도 여성이 97%에 이른다. 연출가 김운기는 “두 배우가 ‘제인’과 ‘로체스터 외’(모두 7개) 역을 각각 연기한다”며 “원작을 좋아하는 마니아 관객이 대부분이라 2인극으로도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인은 문진아·임찬민이, ‘로체스터 외’는 김이후·정우연이 나눠 맡는다.
최근 2인극 붐은 내핍(耐乏)과 욕망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코로나 사태로 제작 여건은 더 어려워졌고 배우들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얼음’을 제작한 파크컴퍼니 박정미 대표는 “2인극은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구성하기 수월하고 두 인물이 선명하게 대비된다”면서 “배우는 연기 비중이 커지거나 다역(多役)이 가능해 매력을 느끼고, 제작자는 인건비(출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출연료를 구분해 지급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객석을 50%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기와 70%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기에 따라 배우가 받는 돈이 달라지는 식이다.
그런데 2인극은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공연의 하중이 두 배우를 더 묵직하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연기력이 있다면 밀도가 높아질 테지만, 정반대 경우라면 구멍이 훨씬 더 크게 노출된다. “2인극은 실내악 같은 정교함이 있을 때라야 빛이 난다”(연극평론가 김명화). 능력이 부족한 배우가 섣불리 2인극 무대에 오른다면 관객 모독이 될 수 있다.
전태일의 삶을 담은 음악극 ‘태일’은 오는 23일 대학로 TOM2관에서 개막한다. ‘오만과 편견’ ‘렁스’ 등 2인극 여러 편을 만든 박소영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에는 영화 ‘극한직업’ ‘승리호’에 나온 진선규도 있다. 소극장 뮤지컬 중 작품성이 검증된 ‘쓰릴미’는 3월 16일부터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무대에 ‘나’와 ‘그’만 등장한다.
2001년 대학로에서 시작된 ‘2인극 페스티벌’은 20년이 넘었다. 극단 앙상블 김진만 연출(동양대 교수)은 “모노드라마(1인극)가 그랬듯이 2인극도 이제 하나의 장르다. 2인극 축제는 전국적으로 10여 개로 늘어났다”며 “덩치가 작아 자본에서 더 자유롭고 작품의 밀도도 점점 올라가는 추세”라고 했다. 2인극은 대체로 50~70분 길이다. 자칫하면 따분해질 수 있다는 단점은 배우와 연출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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