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나눠주고 떠난 아들.. 엄마는 10년간 기일마다 기부를 했다
“종훈아, 잘 살고 있니? 꿈에라도 좀 나타나주지, 10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나타나니? 그래도 아들아, 보고 싶다. 엄마 약속 지켰어. 꼭 한 번만이라도 찾아와 줘.”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 아들의 영정을 들고 이곳을 찾은 어머니 장부순(78)씨는 아들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장씨의 아들 이종훈씨(당시 33세)는 2011년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를 주고 세상을 떠났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각각 8년⋅10년간 신장이식을 기다려온 30대 남성과 50대 남성이 아들의 신장을 하나씩 받았다. 양쪽 각막은 70대 여성과 40대 여성에게 하나씩 이식됐다. 장씨는 아들 생각이 날 때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빈소를 찾고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빈소지만 이날 장씨의 방문은 조금 더 특별했다. 아들을 떠나보내며 한 ’10년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씨는 2011년 3월 아들의 49재에 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아 “내가 건강하다면 10년은 더 병원에 올 수 있을 것 같으니, 아들의 기일마다 조금씩 기부하겠다”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이식 후에도 오랜 기간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약값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장씨는 지난달 15일 성모병원을 찾아 열 번째 봉투와 함께 그간의 소회를 담은 편지를 건넸다.
“봉투를 내밀 때마다 부끄러웠지만 저는 아들과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장기 기증을 결정한)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 아들은 작은 영웅이었고, 유족 또한 작은 영웅이라고.”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아들 이씨는 다니던 IT 업체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다 과로한 탓인지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료진은 “뇌 수술 도중 죽을 수도 있고, 수술이 성공해도 식물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하얗게 변해버린 CT 사진 속 아들의 뇌를 보며 장씨는 10여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도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이 떠올랐다. 아들에게도 같은 고통을 줄 수 없었던 장씨는 수술을 포기했다.
하루가 지나자 의료진은 뇌사(腦死) 판정을 내렸다. 절망적이었지만 아들을 그대로 보낼 순 없어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고 한다. 장씨는 “아들의 장기 하나라도 다른 이의 몸속에서 펄떡거리며 살아준다면 아들이 이 세상에 계속 남아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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