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5천 전셋집' 600만원 중개료, 285만원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9일 공개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안의 핵심은 9억원(전세 6억원) 넘는 집을 사고팔 때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현행 중개 수수료 체계는 집값이 비쌀수록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거래 때 중개 수수료가 과도해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진작 내렸어야 한다”며 환영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각종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어 우리도 좋아진 게 없다”며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정부가 중개 업소 탓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개 수수료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일과 함께 중개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도 종부세처럼 구간별 누진 적용
권익위가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한 중개 수수료 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유력한 안은 거래액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구간을 신설해 0.7%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1·2번 방안이 해당한다. 1안은 12억원 초과 구간을 다시 4구간으로 나눠 각각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2안은 12억원까지의 수수료를 690만원으로 정하고, 12억원 초과 거래액에 대한 수수료는 의뢰인과 중개사가 협의해 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5억원짜리 아파트를 거래하면서 12억원 초과분 수수료율을 0.3%로 합의했다면, 12억원까지 수수료 690만원에 90만원(3억원의 0.3%)이 추가되는 식이다.
권익위는 또 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처럼 중개 수수료도 가격 구간별로 다른 요율을 누진(累進) 적용하도록 했다. 가령 10억원짜리 집을 거래한다면 기존엔 10억원 전체에 대해 단일 요율(0.9%)이 적용됐지만, 개선안에선 6억원까지는 0.5%, 6억~9억원은 0.6%, 9억원 초과 구간은 0.7%의 요율이 각각 적용된다.
3안은 거래 금액과 관계없이 같은 수수료율 또는 같은 금액을 적용하는 것이고, 4안은 매매·임대 구분 없이 0.3~0.9% 안의 범위에서 의뢰인과 중개인이 협의해 보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권익위는 작년 말 전국 공인중개사 4334명과 일반 국민 1810명을 대상으로 수수료 개선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2안을 선택한 사람(중개사 45.8%·국민 37.1%)이 가장 많았다.
◇계약 파기 피해자에겐 수수료 안 받아
이번 권익위 권고에는 중개 수수료 외에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들도 포함됐다. 먼저,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계약이 파기되면 원인 제공자가 중개 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최근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집을 팔기로 했던 매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계약 파기를 당하고 중개 수수료까지 내는 사례가 적잖았다.
공인중개사들이 환영할 만한 내용도 일부 담겼다. “여러 집을 소개해도 계약 성사가 안 되면 수수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중개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알선 횟수 등을 감안해 실비 보상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시장은 환영, 중개사들은 반발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선안이 공개되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일반인들 사이에선 이를 반기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2) 씨는 “이사할 때마다 계약서에 도장 몇 번 찍어주고 월급보다 많은 돈을 중개 수수료로 내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정부 개선안보다 조금 더 내려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중개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성동구 B공인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줄고, 중개업소 간 경쟁이 심해져 실제로는 정해진 수수료율의 절반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들이 중개 수수료에 불만을 갖는 것은 지불하는 돈에 비해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 탓”이라며 “수수료는 의뢰인과 중개사가 자유롭게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중개사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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