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이재명 협공.. 견제인가, 文心인가

김아진 기자 2021. 2.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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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이낙연·정세균 이어 임종석 가세

전·현직 국무총리와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 비판하자, 정치권에서는 9일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여권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에 대한 경쟁자들의 비판이 아니라, 친문(親文)들과 불편한 관계였던 이 지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견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뉴시스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은 정세균 총리가 먼저 시작했다. 이 지사가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민에 대한 10만원 재난 소득을 주장하자 지난달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그러면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지난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선 매달 소득에 상관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을 언급하며 “포퓰리즘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지난 2일 국회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이 지사 비판에 가세했다.

정 총리와 이 대표, 임 전 실장이 동시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비판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은 “대통령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해온 세 사람의 발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 등을 지지한다면 ‘단세포’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정 총리는 거의 매주 월요일마다 주례 회동을 통해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총리가 지난달 초 이 지사를 공개 비판하기 전에, 대통령이 이 지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비친 것 같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총리 시절 대통령과 자주 막걸리 회동을 했고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비공개 만남을 종종 갖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임 전 실장도 대통령이 이 지사를 신임했다면 그를 비판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문 대통령과 경쟁하면서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며 “대통령이 ‘이재명 NO’라고 하는 순간 이 지사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대통령도 이 지사가 기본소득 등을 통해 사회 취약층 등의 민심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안다”며 “대통령 생각이 아니라 다른 주자들이 이 지사를 비판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고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7일부터 연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맞섰다. 그는 “사대주의 열패 의식에서 벗어나자”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이 지사는 또 “이쪽저쪽 공격도 당하고 꾸중도 듣지만 줄기차게 확장적 재정 정책과 기본소득 등을 말하겠다”며 “교황도 기본소득을 이 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제안했다”고 했다.

이 지사에 대한 당 안팎 견제가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이 지사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 사전에 탈당은 없다”며 “민주당이 없으면 이재명도 없다”고 했다. 이 지사는 “부족한 점은 고치고, 오해가 있다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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