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물고문 열살 여조카 목숨 앗은 이모·이모부 구속영장
[스포츠경향]
이모 집에 맡겨졌다 숨진 열 살 여아가 이모 부부의 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부는 조카 A(10)양을 마구 때리고 강제로 욕조물에 집어넣는 군사정권 시절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하다 숨지자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B씨 부부(4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10일 오후쯤 결정될 전망이다.
숨진 A 양을 최근 3개월간 맡아 키운 B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고 어제 오전에는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B씨 부부는 그러던 중 A 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지난 8일 낮 12시 35분으로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 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은 B씨 부부로부터 “아이를 몇 번 가볍게 때린 사실은 있다”는 진술을 받아 이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을 상대로 A 양의 사망 경위를 캐물었고 B씨 부부는 결국 물을 이용한 학대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A양의 시신에서는 주로 익사한 경우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보이지 않아 익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도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양의 시신에서는 폭행으로 생긴 수많은 멍 자국이 허벅지를 비롯한 몸 곳곳에서 발견돼 A 양에게 가해진 폭행의 정도를 가늠케 했다.
B씨 부부 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파리채와 플라스틱 빗자루에 맞아 생긴 멍과 상처가 다수 발견됐다. B씨 부부도 이를 폭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의 팔 부위에서는 무엇인가에 묶였던 흔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B씨 부부가 A 양을 결박한 뒤 폭행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문제의 욕조에는 물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는데 B씨 부부가 거짓 신고를 한 후 욕조에 남은 물을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물에 학대의 증거가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유추된다.
A 양의 정확한 사인은 자세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정도 뒤에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B씨 부부 폭행 등 학대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 양은 지난해 10월말에서 11월 초 사이부터 B씨 부부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B씨의 동생인 A 양의 친모가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A양을 돌보기 어려워 B씨 부부에게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양은 B씨 부부 집에 오기 전 용인 다른 지역에서 친모와 살았으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A 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양은 지난해 11월 초 전학을 한 이후 병결과 무단결석이 몇 차례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학교 측에선 친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잘 닿지 않아 따로 살고 있는 친부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A양 친부모는 얼마전 이혼해 현재 따로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A양 친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씨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럴 거면 내가 키우겠다고 했는데 키워보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었다”며 “지난 봄에 만났을 땐 아이가 좀 우울해져 있고, 방치돼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숨지기 2주쯤 전에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이 ‘동생이 보고싶다’며 B씨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B씨는 ‘눈병에 걸려 못 보여준다’며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면서 “마지막 전화 통화할 때 딸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B씨 부부에게 12살, 5살, 2살 등 3명의 자녀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당시 12살, 5살 어린이와 2살 어린이는 각자 다른 친척 집에 머물고 있어 B씨 부부와는 함께 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 부부가 친자녀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들을 용인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옮기고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2살 어린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친척 집에 맡겨져 학대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결박 흔적 여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부분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며 “향후 확인될 A 양의 정확한 사인과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B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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