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140만개 사라진다”... 바이든 ‘최저임금 2배’ 공약 좌초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최저임금 2배 인상안이 취임 초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의회와 전문가 그룹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이든도 이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인정했다. 실제 이 공약이 폐기되면 바이든의 ‘1호 포기 공약’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대선 때 민주당 당론을 받아들여 현재 7.25달러(약 8086원)인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15달러(약 1만6720원)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직전에도 의회 입법을 촉구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주(州)마다 다르다. 전체 50주 중 29주는 연방 기준보다 높다. 워싱턴 DC와 뉴욕, 캘리포니아 등은 이미 15달러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조지아·텍사스 등 21주는 연방 최저임금을 따른다.
최저임금을 두 배 넘게 올리겠다는 공약이 가능했던 건 2009년 이래 최저임금이 12년간 동결됐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질 최저임금이 1970~1980년대보다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특히 최저임금 노동자가 여성, 흑인, 10~20대에 집중돼 있어, 이런 계층을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이 사활을 걸어왔다. 코로나로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할 경제정책으로도 홍보했다.
반면 공화당은 기업 부담과 재정 악화 등을 들어 반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도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됐다.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최저임금 인상 폭은 책임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이 법안의 원안 통과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석이 50대50으로 갈려 있어 민주당 내 반란표가 나오면 법안 통과가 어렵다.
특히 미 의회예산국(CBO)이 8일(현지 시각) 낸 보고서가 이 정책의 미래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CBO는 의회에 속해있지만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경제 전문가 그룹으로, 각 정당의 경제정책은 물론 기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CBO는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면 노동자의 10%에 달하는 1700만명이 직접 수혜를 본다”며 “이에 따라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국민은 9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CBO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주 부담이 커지고 자동화 투자 등이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140만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8만건이고,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가 460만건이었음을 감안하면 ’140만명 실업'은 노동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CBO는 또 “늘어난 임금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경제 생산량이 줄어 실업을 더 자극하고,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봤다. 공공 부문 임금 인상으로 정부 지출이 늘면서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누적 적자도 540억달러(약 60조5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CBO 보고서를 놓고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바이든이 취임 한달도 안돼 대표 공약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게 됐다고 했다. 협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인 바이든도 최저임금 인상을 후순위로 미루는 분위기다. 이미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 경기 부양 예산안을 두고 공화당과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동시에 추진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지난 6일 “최저임금 인상안을 경기부양안에 포함시켜 처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살아남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진보 진영이 “원안대로 밀어붙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게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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