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한 선생님과 교문 밖 슬픈 졸업식
[경향신문]
경영악화 이유 해직교사 6명
교정 못 들어가 야외 졸업식
“선생님 없는 학교는 상상할 수 없어요. 우리 선생님들 복직시켜 주세요.” “선생님 제가 돈 많이 벌어 학교 접수할게요. 사랑해요.”
9일 아침 전북 전주예술고 정문 앞에 놓인 게시대에 학생들이 붙이고 간 손편지 내용들이다. 노란색의 작은 손편지 40여장은 안타까움과 응원의 마음이 담겨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이날 전주예술고에선 두 군데서 졸업식이 열렸다. 정문 안에서는 학교가 마련한 졸업식이, 밖에서는 해고 교사들이 준비한 야외 졸업식이 치러졌다. 해고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야외 졸업식을 열어 제자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전주예술중·고 재단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교사 6명을 2월1일자로 해고했다.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은 정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교사들과 부둥켜안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송 모양은 “어른들의 세계를 잘 모르지만 하루아침에 정든 선생님들을 쫓아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학교를 떠나지만 선생님들이 후배들을 계속 지도해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내 보물, 배려하는 사람 돼라”
“교단에 다시 서길 기도해요”
서로 꼭 껴안고 ‘마지막 인사’
전교조 “끝까지 복직 투쟁”
공연예술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오청백군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1막의 명곡 ‘지금 이순간’을 선생님들을 위해 불렀다. 오군은 “마음고생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제자들의 지금 마음을 훗날에도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불러드렸다”면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줬던 것처럼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쯤 지나자 교내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정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해고 교사들은 장미꽃 한 송이씩 1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전해 주며 일일이 안아줬다.
중학교에서 해고된 오도영 교사가 송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2019년에 만나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를 하던 그 혈기왕성하고 아름다운 청춘의 여러분을 기억한다”면서 “떠든다고 잔소리하고 복도에서 공찬다고 혼냈던 추억을 안겨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오 교사는 이어 “여러분과 함께 보냈던 날들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교단에 서지 못하는 오늘, 더욱 뼈저리게 깨닫는다”며 “여러분은 저의 보물이다.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기 바란다. 훌륭한 사람, 돈 많이 버는 사람 안 돼도 좋다. 남을 배려하는 민주시민이 되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송욱진 전교조 전북지부 지부장은 “학교는 재정이 악화돼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자구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교사들을 쫓아낸 것은 부당하다”면서 “해고 교사들의 복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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