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토종 미생물로 살린다

윤희일 선임기자 2021. 2. 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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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멸종위기
'균근균' 처리 생존율 크게 높여

[경향신문]

구상나무는 한국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한라산·지리산·덕유산 등지에 많이 분포해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구상나무는 멸종위기를 맞았다.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2019년 산림청 실태조사에선 전국 구상나무의 33%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나, 유전자원 보존 및 자생지 복원이 시급한 수종으로 지목됐다. 구상나무는 생장이 느린 데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특히 나무가 어릴 때 생존율이 낮아 산림복원 등 관리가 어렵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한국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구상나무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 어린 묘목을 키우는 토양에 한국 토종 균근균(식물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을 섞은 결과, 생존율이 평균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이는 토양에 토종 균근균을 섞지 않았을 때의 생존율 67%에 비해 30%포인트 높은 것이다. 연구에 쓰인 토종 균근균은 한라산에서 찾았다.

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소속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임효인 박사는 “균근균은 땅속에서 나무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의 일종”이라며 “이 균근균이 구상나무 묘목의 뿌리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생존율을 대폭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토종 균근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구상나무 숲을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과학원은 그동안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개체를 증식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복원시험지 조성 등에 힘을 쏟아왔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토종 균근균을 이용하면 구상나무 살리기에 필요한 묘목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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