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비극' 엊그제 같은데..'물고문'이라니

최인진 기자 2021. 2. 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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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세 여아가 살았던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 입구에 아동용 자전거가 9일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모집 맡겨진 지 3개월 만에 폭행·학대로 열 살 여아 사망
“욕조에 빠져” 거짓 신고한 부부 아동학대로 구속영장 신청
경찰, 살인죄 적용 검토…친자녀 3명에 대한 학대 여부 수사

이모집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열 살 여아가 이모 부부의 학대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는 조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빗자루 등으로 온몸을 때리고 욕조에 물을 받은 뒤 강제로 집어넣는 ‘물고문’에 해당하는 가혹행위까지 했다. 이들은 조카가 숨을 쉬지 않자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119에 거짓 신고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양(10)의 이모 B씨와 이모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8일 숨진 A양을 3개월 전부터 맡아 키운 B씨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못 가려 이틀 정도 때렸고 어제(사고 당일) 오전에는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B씨 부부는 서로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조카를 학대했다. 한 명이 A양의 몸을 붙잡고 다른 한 명이 머리를 잡아 물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던 중 A양이 숨을 쉬지 않고 몸이 축 늘어지자 비로소 행위를 중단하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에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지난 8일 낮 12시35분쯤이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해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B씨 부부를 긴급체포한 뒤 A양의 사망 경위를 캐물었고 B씨 부부는 결국 물을 이용한 학대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A양의 시신에서 주로 익사한 경우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보이지 않아 익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A양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도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이는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A양의 시신에서는 B씨 부부 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파리채와 빗자루에 맞아 생긴 멍과 상처가 다수 발견됐다. B씨 부부도 이를 폭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양의 팔 부위에서 무엇인가에 묶였던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B씨 부부가 A양을 결박한 뒤 폭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양의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정도 뒤에 알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박 흔적 여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며 “부검 결과와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나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B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B씨 부부 집에서 생활해왔다. B씨 동생인 A양 친모는 이사 문제와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A양을 돌보기 어려워 B씨 부부에게 맡겼다.

A양은 이모 집에 오기 전 용인의 다른 지역에서 친부모와 살았으며 학교도 정상적으로 다녔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A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부부에게는 친자녀 3명(2, 5, 12세)이 있는데 경찰은 이들을 학대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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